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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순간의 선택은 평생을 좌우한다[리뷰] 영화 <협녀, 칼의 기억> 드라마를 무협에 이식시키다
박형준 | 승인 2015.08.13 13:00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역사 속 인물 '이의민'

<협녀, 칼의 기억>의 포스터. (주)티피에스 컴퍼니 제작/배급

고려에서 명백한 천민 출신으로서 최고권력자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이 있었다. 무인집권기의 이의민과 공민왕 시절의 그 유명한 신돈이다.

이의민은 소금장수 아버지와 절의 노비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힘이 워낙 장사라 개경의 병사로 발탁됐고, 무인정변 이후 장군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집권자 경대승이 죽은 뒤 임금의 부름을 받아 집권했고, 이후 고려 최고의 벼슬 문하시중이 되기도 했다.

드라마 <무인시대>에서는 배우 이덕화가 분해 "천하디 천한 소금장수와 사찰 노비의 자식인 내가 문하시중이 됐고 벽상공신이 됐다"며 펑펑 우는 강렬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렇듯 무인정변 이후 신분이 낮았던 무인들이 고관대작이 됐고, 그럼으로써 역으로 백성에 대한 수탈이 더욱 심해지면서 많은 민란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의민은 독특하게도 민란 세력과 연결돼 스스로 왕이 되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가 정말 고려의 왕씨를 대신한 새 임금이 됐다면 전대미문의 임금이 됐을 수도 있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간단한 역사적 소개였다. <협녀>의 남주인공 '유백(이병헌)'의 모티브는 이의민으로 보인다.

파토스와 에토스, 그리고 오이디푸스

파토스란 쾌락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지배욕과 소유욕 등을 말한다. 반대로 에토스는 쉽게 말해 윤리, 선한 도덕 등으로 인도하는 매개체를 일컫는다. 인간을 늘 갈림길에 서게 하는 요소들이다.

<협녀>는 첫 인상을 좌우하는 포스터만 보면 삼각관계를 연상케 하는 멜로물로 보이지만, 사실은 느와르에 가깝다. 야심과 양심의 갈림길에서 혹독한 야심의 길을 걷는 남성과 순간의 흔들림으로 인해 후회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그리고 뒤틀린 숙명으로 인해 무거운 짐을 져야만 하는 또다른 여성의 이야기다. 그 또다른 여성은 뒤틀린 숙명이 깔아놓은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며, 그것을 무너뜨려야만 하고 한편으로 그럼으로써 커다란 마음의 시련이 기다리기에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협녀>의 한 장면. (주)티피에스 컴퍼니 제작/배급

이런 그리스스러운 요소들이 무협 액션과 어우러진 것이다. 이 무협 액션들은 다소 전형적인 면이 있고, 그 무협 액션을 돋보이게끔 하는 풍경의 묘사도 다소 뻔해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이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운명에 짓눌린 캐릭터들의 이야기인만큼 다소 어둡지만, 풍경 묘사와는 기묘한 조화를 선보인다.

사극인듯 사극 아닌 사극이기에 배우들의 사극 '쪼'도 다소 어색하게 들리지만,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각자의 선택과 숙명으로 인해 세상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혹독하게 걸어야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번 작품에도 배우 이경영은 등장한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2011년 이후 개봉작에서 총 21편에 출연하는 기염을 토했다. <협녀>에서도 그의 진중한 이미지가 작품에서 소금으로 작용한다. 

흥행의 어두운 요소들

원래 <협녀>는 2014년에 개봉해야 했다. 하지만 배우 이병헌의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개봉을 올해로 미룬 듯하다. 올해도 이병헌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썩 곱지는 않기 때문에 작품 자체보다는 영화 속 배우의 이미지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가장 큰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녀>의 한 장면. (주)티피에스 컴퍼니 제작/배급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광복절 즈음이라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광복절과 어울리는 영화 <암살>은 여전히 흥행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큰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순조로운 천만 영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연출자 박흥식 감독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 등 멜로와 드라마에서 강점을 드러낸 감독이다. <협녀>에서는 엇갈린 세 남녀의 이야기를 칼을 매개체로 그려냈는데, 무협이라는 보통 거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과 반대로 부드러운 연출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제한된 시간에도 불구하고 세 주인공 모두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집착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협녀>는 그의 새로운 도전인 셈인데, 그의 실력과는 별개의 일들이 영화의 흥행과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여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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