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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나홍진 감독은 왜 무속을 주목했을까[리뷰] '곡성' 실체 없는 두려움은 내면의 악에서 꿈틀거린다
박형준 | 승인 2016.05.11 22:30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넘치는 '곡소리들'

영화 '곡성' ⓒ20세기 폭스 코리아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의 한자는 哭聲이다. 전남 곡성군의 谷城이 아니다.

하지만 한글로는 같은 글자이기 때문에 전남 곡성에서 상당한 우려가 제기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홍진 감독의 작품 특성상 밝고 건강한 분위기의 영화는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哭聲도 사람이 죽었을 때 내는 소리라서 결코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마침 무대는 전라도의 어느 마을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실제 촬영도 전라도 곡성에서 진행했다.

유근기 곡성군수는 개봉 전에 오해 방지를 위해 "영화를 보신 후 직접 곡성을 찾아와 곡성의 모습을 즐겨 달라"는 글을 지역 일간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추격자>의 모티브는 유영철이었고, <황해>의 모티브는 밀입국한 조선족이었다. 여지 없는 피칠갑이 영화를 덮었다. <곡성>도 마찬가지이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피칠갑된 변사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영화가 진행된다.

<곡성>은 경찰관 종구(곽도원 분)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변사 사건의 이유는 야생 독버섯 중독에 따른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오가지만, 그런 이야기였다면 영화가 전개될 리가 없다. 

곡성 곳곳에는 일본에서 온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마치 짐승처럼 싸돌아다니고 있다. 말 그대로 짐승이다.

<황해>에서 선보였던 조선족들의 '야생의 삶'은 외지인이 독차지해 스크린을 뒤덮는다. <황해>에서의 '야생의 삶'은 완전히 인간적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히 충격적이라서 말로는 쉽게 형언하기 어렵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 ⓒ20세기 폭스 코리아

쿠니무라 준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1부에서 출연했기 때문에, <킬 빌>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친숙한 배우이다. 다만 <킬 빌>도 벌써 13년 전 작품이기 때문에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추리가 아닌 무속이 중심에 자리잡은 '곡성'

영화의 중심은 추리가 아니라 무속이다. 외지인을 둘러싼 분위기도 무속이다. 사건의 해결사처럼 등장하는 무속인 일광(황정민 분)도 무속인으로서의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다.

일광의 모티브는 케이블 TV에도 자주 출연했던 젊은 남성 무속인 이모 씨로 추정된다. 외모에서부터 굿을 하는 모습 등 이모 씨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곡성>은 일직선을 향해 나아가진 않는다. 외지인과 무명(천우희 분)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한다. 결과적으로 결말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는다. 열린 결말로 추정되는데, 나홍진 감독의 특성상 이는 낯선 설정은 아니다. <황해>도 열린 결말이었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 ⓒ20세기 폭스 코리아

요는 왜 조용한 시골 마을이며, 왜 경찰관에게 닥쳐온 비극이어야 했으며, 왜 무속이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은 그만큼 비밀이 많은 곳이고, 경찰관이자 아버지라면 이중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확실한 답을 내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곧잘 무속의 힘을 빌린다.

사이비라는 선입견이 강해서 그렇지, 무속은 태고적부터 인간의 삶과 끊임없이 함께 했던 정신의 일부분이었다. 과거와 화해하며, 현재와 미래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속에 의지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는 이따금씩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일어났다. 조용하고 사람의 왕래도 뜸하기 때문에 은폐가 잘 된다는 선입견도 강하다. 선입견을 뒤집기 위해서는 정체불명의 사건이 일어나야 했고, 정체불명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결국 무속이 동원돼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종구의 시선을 중심으로 보면, 남의 일 같았던 사건들이 점차적으로 본인을 향해 다가오고, 결국 남의 일이 아니게 되는 사건의 접근 방식이 꽤나 일품이다. 그러면서 평화로운 종구네의 일상은 모든 것이 무너지며, 딸 '효진(김환희 분)'의 역변은 갈수록 감당 안되는 사건들로 이어진다.

참고로 <곡성> 최고의 히어로는 효진 역을 맡은 김환희이다. 만 13세의 아역배우로서는 감당 안될 연기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김환희는 거의 신들린 듯이 연기를 해내고 있다. <곡성>은 종구보다 효진의 연기가 중요했다. 그리고 김환희는 자신의 역할을 200% 소화한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 ⓒ20세기 폭스 코리아

실체 없는 두려움의 공포

무속인은 실체 없는 공포를 대리해서 싸워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실체 없는 공포를 보통 사람이 감당해내기는 어렵다. <곡성> 최대의 관건은 이렇듯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현실성 있게 묘사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환희의 연기가 중요했고, 쿠니무라 준의 충격적인 짐승 연기가 중요했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눈도 때로는 속는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끊임없는 착각에 시달린다. 과연 관객조차도 독버섯을 먹은 것일까.

<곡성> 속 두려움은 결국 내면을 끄집어 낸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독버섯과 무속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내면은 실체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내면의 순도 100% 악을 그대로 바라보기 싫어한다. 실체 없는 두려움과 싸울 수 있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곡성>은 그렇듯 내면의 악을 외면했던 댓가가 혹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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