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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영화 '곡성' 등장인물이 법정에 선다면? 법률로 보는 '곡성'실제 형사재판에 대입시켜 본 영화 '곡성'
박형준 | 승인 2016.05.18 06:00

이 기사는 영화 '곡성'의 줄거리를 토대로, 등장 인물들의 행위를 실제 형사재판에 대입하면 어떤 과정을 거칠지에 대해 작성한 '픽션'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에는 영화 '곡성'의 줄거리 노출(스포일러)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 중 줄거리 노출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이 기사를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법률적 관점으로 본 영화 <곡성>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은 해석을 놓고 많은 논쟁의 대상으로 부각됐다. 줄거리와 결말의 방향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며 다양한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종구(곽도원 분)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이며, 영화 속 주된 소재는 변사 사건들이다. 이를 두고 종교적 색채를 덧입혀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 것이다.

영화는 그 사건들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두고 격론을 양산하고 있다. 법률적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로디프>는 실제 법률적 관점에서는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가상의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일반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결론이 유추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종구

<곡성>은 살인으로 추정되는 변사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또한 종구의 가족 또한 그 사건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범인은 일단 무속인 일광(황정민 분)과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 ⓒ사이드 미러,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그렇다면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일광과 외지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기소될 확률이 높은 인물은 종구이다. 영화 속 그의 행적에서 유추할 수 있는 그의 혐의점은 다음과 같다.

 1. 외지인의 집에 침입해 수색·"3일 안에 곡성을 떠나라"고 협박한 행위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외지인의 사체를 가드레일 밖으로 던진 행위

  형법 제161조(사체 등의 영득) ① 사체, 유골, 유발 또는 관내에 장치한 물건을 손괴, 유기, 은닉 또는 영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외지인의 개를 죽인 행위는 정당방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외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법한 가택 침입과 수색·협박 등은 모두 경찰관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가택에 진입해 수색을 하려면 당연하게도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지만, 종구는 영장 없이 자의적으로 외지인의 집에 침입했다.

설령 여기서 종구가 외지인이 사건의 범인임을 상징하는 증거를 찾아오더라도, 외지인을 기소할 수 있는 물증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위법한 방법으로 찾아온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종구로서는 매우 억울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딸이 아내와 장모를 죽인 사건의 당사자로서 그의 심경이 매우 복잡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기소 여부는 여론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술적 행위가 살인교사 행위가 될 수 있을까

<곡성>에서 발생한 피칠갑된 살인 사건들의 진정한 범인들에 대해 관객들은 일광·외지인, 혹은 무명이라는 2개의 의견으로 나뉘어 있다. 

<로디프>는 15일자 기사 <[심층 분석] 영화 '곡성', 천대·착취당하던 자, 대한민국에 복수하다>(링크 클릭)에서 일광과 외지인이 범인이라는 방향으로 분석 리뷰를 서술했기 때문에 이 기사에서도 외지인과 일광을 범인으로 보고 서술하려고 한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 ⓒ사이드 미러,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그에 따르면, 영화 속 살인 사건들은 외지인과 일광이 주술적 힘으로 사람들을 교사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외지인과 일광이 살인교사죄로 기소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교사는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타인에게 범죄를 일으킬 마음을 먹게 하는 행위"이다. 외지인과 일광이 살인의 실행자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게끔 한 행위는 모두 주술적 행위이다.

"'주술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행위'는 살인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학계의 통설이다. "범죄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로 평가하기 어렵고,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교사 행위에 대해서는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는 입장이 통설이고, 주술적 행위는 교사 행위로 다뤄진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저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주술적 행위를 했다면 살인죄 인정이 안되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A가 B를 죽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A를 대상으로 주술적 행위를 했다면 법률이나 판례의 입장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교사행위에도 인과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사행위임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스개소리로 "헌법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알려진 '국민감정법'이다. "사람이 갑자기 미쳐서 살인을 저지르는 통에 마을 하나가 절단이 났고, 사람을 해치는 굿을 한 자들이 있는데 가만히 놔두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난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외지인과 일광은 '국민감정법'에 의해 살인교사죄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을 기소할 수 있을까

 민법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불기소처분) ③불기소결정의 주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

   4. 공소권없음 : (전략)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피의자인 법인이 존속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사람의 생존기간에 대한 판례와 학설의 입장에 따르면, 사람은 태아가 그 몸을 전부 노출시킨 순간부터 심장이 영구적으로 정지한 때까지라는 것이 정설이다. 즉, "심장이 영구적으로 정지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

외지인은 한 번 죽었다가 부활했다. 따라서 "심장이 영구적으로 정지한 것이 맞느냐"고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죽었던 것을 계기로 외지인을 사망자로 분류하면, 외지인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어서' 불기소 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부활해서 움직였기 때문에, 심장이 영구적으로 정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살아서 심장이 움직이고 있으니, 그는 사망자로 볼 수 없을 개연성도 높다. 

따라서 마치 예수처럼 죽었다가 살아난 외지인을 설령 기소한다고 하더라도 기소 가능 여부를 놓고도 논쟁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이 어려운 이유 : 좀비 부활을 현장검증으로 재현하는 초유의 재판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광과 외지인이 재판을 받는다면 "주술적 행위로 사람에게 살인을 교사했다"는 혐의 때문일 것이다.  

<곡성>에서 묘사된 그들의 주술적 능력은 실로 엄청나다. 사람을 조종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게 하며, 심지어 죽은 사람을 좀비처럼 부활시켜 사람을 공격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될 외지인도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 ⓒ사이드 미러,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따라서 일광과 외지인의 재판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할 경찰관도, 기소할 검사도, 재판을 해야 할 재판부도 모두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런 피고인들을 아무 공포 없이 대하며, 하던대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곡성> 속 사건들을 재판에서 다루자면, 결국 현장검증이 중요하다. 특히 외지인은 초월적 능력과 한결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죄 선고에 따른 형벌의 무서움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고 알리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유죄 여부를 불문하고 자신의 주술적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의 현장검증에서는 두 사람이 벌일 굿판이 중요하다. 일광은 굿을 하며 살을 날렸고, 외지인은 박춘배의 시신 주위에 촛불을 켜두고 닭을 매달아놓은 채 북을 치며 굿을 한다.

그 결과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 분)은 괴로움을 금치 못하며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다가 살인을 했고, 박춘배의 시신은 좀비로 부활했다. 

기소한 검사도, 재판을 해야 할 재판부도, 일광과 외지인의 변호인도, 그 주술적 능력으로 시신을 좀비로 만드는 현장을 검증해야 한다는 끔찍한 수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외지인은 자신의 존재감 과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의식을 치룰 것이다. 따라서 현장검증은 재판 관계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큰 강화유리 형태의 막을 쳐놓고 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재판 전에 외지인의 집을 압수수색할 경찰들도 상당한 고초를 겪어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듯이, 외지인의 집은 기괴하며 공포스럽다. 담력이 보통 커야 하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재판에는 중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한 무속인들과 각종 방송에 두루 출연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퇴마사들이 감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의 배경은 무속이기 때문에 그들을 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현장검증에서도 맨 앞에서 의식을 지켜보며 현장검증을 사실상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만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곡성>

기자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된 이유는 박춘배의 시신이 좀비로 부활해 종구 일행을 공격하는 것을 보며, "현장검증에서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녀가 엄마와 외할머니를 죽이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지속되고 있으며, 거기에 배경이 무속적 주술 행위가 개입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엄청난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 것.

그에 따라 실제 법리에 맞춰 사건을 해석해보니, <곡성>의 설정은 법률상으로도 논란의 연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상상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드는 영화적 힘일 수 있다. <곡성>이 화제작이자 문제작이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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