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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와 '더 게임'의 관계로 예상해보는 박찬욱 신작 '아가씨'[분석] 줄거리와 컷이 서로 닮은 '올드보이'와 '더 게임', '아가씨'와 '색,계'
박형준 | 승인 2016.05.26 06:00

이 기사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데이빗 핀처 감독의 1997년작 <더 게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줄거리 노출을 원치 않는 분께서는 기사를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박찬욱 감독 신작 <아가씨> 칸 영화제 수상 실패

제69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은 켄 로치 감독의 <나, 대니얼 블레이크>가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이 수상했다.

한국인의 관심을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주요 부문 수상에 실패했다. 200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했다면, 박 감독 개인으로서는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다.

심사위원장의 성향이 중요한 칸 영화제의 심사 특성상 제57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쿠엔틴 타란티노였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폭력의 수위가 높은 데다가 영화 장르의 형식을 파괴하고, 기존 영화의 흔적이 많이 개입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은 타란티노의 특성이기도 하고, <올드보이>의 특성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대개 <올드보이>는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결말이 주된 화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근친상간 소재를 더욱 충격적이고 밀도있게 다룬 영화는 이미 있었다. 팀 로스 감독의 1999년작 <전쟁 지역>이다.

<올드보이>를 다루기 쉽지 않았던 이유는 "스포일러가 있다"는 경고가 일상적이지 않았던 상황이라는 때문이었다. "특정 영화의 줄거리 구조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할 수 있는 흔적이 많았다. 이를 지적하려면 두 영화의 스포일러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지적에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올드보이>와 <더 게임> ⓒ모호필름, 20세기폭스코리아

이 기사에서는 <올드보이>와 데이빗 핀처 감독의 1997년작 <더 게임>을 비교하려고 한다. 두 영화는 줄거리 구조는 물론, 순간 순간 중요한 장면의 컷 등에서 매우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

심지어 결말까지 비슷하다. <올드보이>는 기존 영화의 짜집기를 즐겨 하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매우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박 감독의 행보는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와 매우 유사하게 진행됐다.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① 독자적 마니아층 형성 : 쿠엔틴 타란티노는 흘러간 문화를 소수문화로 다시 포장해 독자적인 팬 그룹을 형성해 영향력을 누려왔다.

 박 감독은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과 뭔가 난해한 메시지 삽입을 통해 지적 허영심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일부 영화관객을 강하게 응집시켜 자신의 팬 그룹을 형성했다.

 ② 엄청난 양의 영화 감상 : 두 감독 모두 영화 감상의 양으로 치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옛 영화의 흔적을 방대하게 개입시킨다. 

<올드보이>와 <더 게임>의 내러티브 분석

두 영화의 줄거리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① 한 남자가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창조해 낸 '게임'의 덫에 빠진다.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 분)는 술에 취해 집에 가다가 납치당해 15년 간 사설 감옥에 갇힌 뒤, 납치됐던 장소로 풀려난다. 이후 이우진(유지태 분)이 나타나 "가둔 이유를 5일 안에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원작 만화에서도 제시됐던 설정이다.

<더 게임>의 니콜라스(마이클 더글러스 분)는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냉혈한이다. 어느날 동생 콘래드(숀 펜 분)이 나타나 CRS라는 게임 안내장을 주고 사라진다. 이후 니콜라스는 게임에 휘말려 갑작스럽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각자의 일상을 살던 남성에게 다른 남성이 나타나 삶을 뒤흔드는 '게임'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② <올드보이>의 미도와 <더 게임>의 크리스틴

<올드보이>의 미도(강혜정 분)은 우연히 오대수와 알게 돼 오대수의 과거 추적에 동행한다. 곧이어 그 유명한 베드신이 연출되지만, 놀랍게도 오대수의 친딸이었음이 밝혀진다.

이는 이우진이 시도한 복수 장치로써, 이는 이우진의 조종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오대수의 기억은 최면에 의해 봉인돼 영원히 미도와 함께 한다.

<더 게임>의 크리스틴(데보라 웅거 분)도 니콜라스와 동행하며 게임 속 사건들을 겪는다. 니콜라스와 베드신이 제시되며, 촬영된 영상과 사진은 니콜라스의 집 안에 보관돼 있었다. 니콜라스와 크리스틴의 섹스는 당연하게도 CRS 게임 중 일부였다.

이후 크리스틴은 업무 종료 후 차에 오르지만, 니콜라스는 "공항에서 차나 한잔 하자"고 제안한다. 연인이 됐다는 것을 암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③ <올드보이>의 이우진과 <더 게임>의 콘래드

<올드보이>의 이우진은 친누나(윤진서 분)와의 근친상간이 오대수에 의해 소문이 나고 누나가 자살한 뒤 오대수에게 복수를 할 마음을 먹는다. 

<더 게임>의 콘래드는 니콜라스를 CRS 게임으로 유도한 장본인이다. 아버지의 자살 이후 피도 눈물도 없는 성격이 된 니콜라스를 변화시키기 위해 니콜라스를 궁지로 몰아간 것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라는 공통점이 개입돼 있는 설정이다. <올드보이>에서는 이우진이 트라우마의 주인공이고, <더 게임>에서는 오대수 격인 니콜라스가 트라우마의 주인공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트라우마 속 주인공인 이우진의 누나와 니콜라스·콘래드 형제의 아버지는 모두 추락사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공통점이다.

④ 모두가 목적 있는 사람들

<올드보이>와 <더 게임>의 조연 및 단역 등장인물은 모두 각각 이우진과 CRS 게임 속 설정에 따라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주인공의 눈 앞에 나타난다.

⑤ 상황 역전

<더 게임>의 니콜라스는 손 꼽히는 부자였지만, 주머니에 불과 18달러 70센트만 남은 거지로 전락한다.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이우진 남매의 근친상간을 소문냈다가 이우진에 의해 자신이 친딸과 근친상간을 한다. 이후 "미도에게 말하지 말아달라"며 성기를 상징하는 혀를 절단한다.

<올드보이>와 <더 게임>가 견지하는 공통의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일상을 살던 주인공

2. 주인공에게는 무의식 속 잊어버린 기억과 트라우마가 각각 있음. (무의식 속 잊어버린 기억은 원작 만화의 틀에 더 가까운 설정)

3. 주변인물로 인해 정교한 시스템에 갇힘.

4. 여주인공과 우연히 만나 동행.

5. 시스템을 깨거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하던 중 온갖 사건에 휘말림.

6. 시스템의 핵심에 근접하며 시스템의 유도자(이우진/콘래드)를 만남으로써 진실을 파악.

구체적 장면으로 비교해보는 <올드보이>와 <더 게임>

① TV나 모니터 화면으로 설명되는 게임의 규칙

<더 게임>에서는 TV 뉴스의 앵커가 갑자기 주인공에게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는 환각성 장면이 등장한다.

<더 게임>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올드보이>에서는 미도가 메신저 채팅을 하는 사람 중 1명이 이우진이 창조한 시스템과 면밀한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밝혀진다.

<올드보이>의 한 장면 ⓒ모호필름
<올드보이>의 한 장면 ⓒ모호필름

② 직접 게임에 개입해 주인공의 다음 행선지를 조종하는 이우진과 콘래드

<더 게임>에서는 니콜라스가 콘래드와 다툰 후 택시를 탄다. 하지만 이 택시기사도 CRS 게임의 일원이었다. 그는 급히 질주하다가 자신은 급히 빠져나가고 니콜라스를 물에 빠트린다.

<더 게임>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올드보이>에서는 이우진이 부상을 입은 오대수를 직접 부축한 뒤 택시에 태워 보낸다.

<올드보이>의 한 장면 ⓒ모호필름

③ 최후의 순간 타야 하는 엘리베이터

<더 게임>에서는 CRS 게임의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 니콜라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더 게임>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최후의 순간 이우진을 만나러 가기 위해 타야 하는 것도 엘리베이터이다.

<올드보이>의 한 장면 ⓒ모호필름

④ 추락과 자살

<더 게임>의 니콜라스는 우발적으로 동생에게 총을 쏜 뒤, 그 자책감에 추락 자살을 선택한다.

<더 게임>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더 게임>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올드보이>의 이우진은 '추락사'한 누나를 그리며, 스스로 총을 쏴 자살한다.

<올드보이>의 한 장면 ⓒ모호필름
<올드보이>의 한 장면 ⓒ모호필름

<아가씨>와 <색,계>의 내러티브상 비슷한 점

<아가씨>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 히데코(김민희 분)를 중심으로, 후견인인 이모부(조진웅 분)과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로 들어가는 숙희(김태리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안으로 제작된 영화로서, 빅토리아 시대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핑거스미스>는 아이슬링 월시 감독이 2005년에 BBC의 3부작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다.

<아가씨>는 한편으로 이안 감독의 <색,계>와 상당히 유사해보인다. <색,계>에서는 항일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친일파 핵심 '이(양조위 분)을 암살하기 위해 미녀 왕치아즈(탕웨이 분)를 이의 집안에 '접근'시킨다는 줄거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가씨>와 <색,계> ⓒ모호필름, 마스 엔터테인먼트

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친일파와 일본인을 타겟으로 삼는다.

② 미모의 여성을 타겟에게 접근시킨다. 타겟이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색, 계>의 왕치아즈도 '이'에게 접근하기 전에 '이'의 아내(조안첸 분)에게 먼저 접근해 신뢰를 쌓았다.

③ 강도높은 노출이 있으며, 미묘한 감정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색,계>가 화제에 올랐던 이유는 강도높은 노출이었다. <아가씨>도 이것을 은근한 마케팅 요소로 삼고 있다. 게다가 <아가씨>의 공개된 스틸컷 등으로 판단해보건대, 전반적인 색감이나 미장센 등 구도도 <색,계>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색,계>에서는 왕치아즈가 암살을 위해 접근했던 왕징웨이 정부 요인 '이'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그려진다. 백작과 숙희도 히데코에게 각각 접근해 마음을 흔들 예정이다. 여기서 진심으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나와야만이 영화다운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아가씨>가 실제 개봉을 해야 진정한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원작 소설의 존재와는 별개로 <색,계>와의 유사점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다가 <올드보이>도 원작 만화가 있었음에도 <더 게임>의 관계를 감안할 때, 심상치 않게 바라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감독은 독자적인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고, 언론도 호감을 표하는 감독이다. 따라서 <아가씨>의 기본 흥행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타 작품들의 흔적이 개봉작마다 확인되는 경향은 여전하다. 이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 언론과 평론가들의 기류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이다. <아가씨>가 <색,계>와 과연 유사할지, 개봉 이후에는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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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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