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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정글북', 정글에도 규칙이 있고 세계가 있다[리뷰] 인간이 조화를 추구하는 방법
박형준 | 승인 2016.06.09 12:41

<정글북>의 아이러니

영화 <정글북>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정글북>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인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작품이다. 백인우월주의에 찌들었다는 지적이 끊임없었다는 것과 비교해볼 때, <정글북>은 입체적인 작품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는 인도인으로 설정됐기는 해도, 유색 인종들 틈에서 살아가는 고고한 백인으로도 보일 여지도 있다.

이 작품은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소수자가 강자로부터 어떤 폭력에 시달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입체성과는 별개로 어린이에게는 동물도 저마다의 삶과 규칙이 있는 생명이며, 동물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할 수 있는 교훈적인 일면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이 대개 그렇듯 인간의 욕심과 탐욕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경향도 있다.

의외의 정치성도 있다. 작중 악역인 호랑이 쉬어 칸은 젊은 늑대들을 선동해 모글리를 늑대 무리에서 몰아내려고 애쓴다. 정치적 갈등의 본질은 결국 인간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근원적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은유한 것일 수도 있다. 

모글리는 인간과 늑대의 경계에 서 있다. 살아가는 토양은 늑대 무리이지만 결국은 인간이다. 늑대 무리들은 그가 인간의 본능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는다. 늑대 무리 속 적응의 문제도 있지만, 인간의 삶을 답습하다가 인간의 탐욕까지 답습할 것이 우려된 것일 가능성도 크다. 

영화 <정글북>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렇듯 <정글북>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디즈니는 <주토피아>에 이어 <정글북>의 실사판을 영화로 만들었다. <주토피아>에 이어 디즈니가 이번에도 정치적 메시지가 은근하게 담긴 작품을 가족영화로 만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떠나느냐, 함께 하느냐

영화 <정글북>은 원작의 틀을 상당 부분 따라간다. 모글리(닐 세티 분)는 어릴 때부터 늑대들의 품에서 자라나 늑대로 살아난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인간의 정체성을 드러냈다가는 늑대 무리에서도 배척될 우려가 컸고, 다른 동물들의 경계 때문에 늑대 무리 전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어 칸은 영화에서도 쉬어 칸이다. 결국 모글리는 흑표범 바기라와 함께 인간의 마을로 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의 모험담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이다.

설정은 다소 바뀌어서 곰 발루는 처음부터 알았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을로 가는 도중 알게 된다. 발루는 곰의 선입견을 깨며 스스로 곰임을 이용해 모글리를 이용하려 드는 등 설정이 현대적인 풍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후원자'라는 발루의 위치가 바뀌지는 않았다.

영화 <정글북>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의 눈에는 다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 동물들이 저마다의 성격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해먹는가 하면 '정치'를 하는 동물 무리들도 있다.

허무맹랑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경계심과 두려움도 있다. 모글리는 이 모든 것들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에게 주어지는 선택은 끝내 떠나느냐, 함께 하느냐 둘 중 하나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구성되는 압도적인 풍광과 인간화된 동물은 조화가 잘 된 명장면들로 연출된다.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 다소 짧은 러닝 타임 때문에 모글리의 모험담이 스크린으로 잘 구현된 것에 비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모글리의 일면이 다소 축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묘사도 일정 부분은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늑대 무리를 온전히 자신의 집으로 여기는 모글리가 쉬어 칸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늑대 무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디즈니는 가족영화 전문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한 방향으로 보자면, 큰 무리는 없다.

규칙이 있고, 세계가 있다

정글에는 정글의 규칙이 있다. 저마다 다른 종의 동물들이 평화롭게 사는 방법은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모글리는 결국 인간이다. 따라서 이 규칙을 본의 아니게 깰 위험이 크다. 그래서 늑대 무리들은 그에게 규칙을 지킬 것을 강조하며, 정글의 삶을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그리하여 정글은 하나의 세계가 됐다. 역사가 있으며, 흐름이 있다. 모글리가 끝까지 선한 주인공일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한 이후에도 그 규칙을 깨며 군림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정글북>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쉬어 칸이 악역이 된 것도 폭주하려 들며, 다른 종들의 무리의 일에 개입해 선동까지 하는 등 규칙을 깨는 모습이 많다는 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게다가 뻔뻔하다. 애초에 모글리가 정글에서 살아야 했던 이유도 쉬어 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글리에게 적개심을 가진 것이다.

인간은 모두가 함께 사는 규칙을 깨며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해왔다. 이 과정에서 죽어가며 사라지는 동물들이 많다.

인간은 과연 초월적인 존재일까? 어느 곳이든 규칙이 있고 세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모글리는 그를 지키고 따르려 한다는 점에서 늑대와도 조화롭게 사는 독특한 인간이 될 수 있었다.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글북>은 그 교훈을 힘 있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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