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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의 2:9 의원실 친인척 채용으로 본 새누리당판 미네이랑의 비극[분석] 남의 허물만 욕하다가 반격당하는 정치판의 코미디
박형준 | 승인 2016.07.04 06:00

남 욕하다가 곤란해진 새누리당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다양한 의혹 제기가 시작되자, 새누리당은 6월 23일 김정재 원내대변인 논평으로 서 의원을 비난했다.

서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구하며, "서 의원은 국회의원 특권 남용의 챔피언 감"이라고 반응한 것이다. 자신들의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크게 홍보를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
ⓒ새누리당 홈페이지

하지만 국회가 '작은 사회'라는 것을 감안할 때, "새누리당이라고 서 의원과 같은 일이 없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기서 거기인데다가 정당 구분 없이 공통의 이해관계가 달린 일이 많다. 따라서 남의 일이라고 지나치게 비난했다가는 자신의 일이 될 때 대처가 어려워진다. 

서 의원부터도 비난의 강도가 거센 이유는 최경환 의원의 인턴 경력자가 공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를 비난하는 등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의 사례에 정확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인 측면도 있었다.

새누리당이 서 의원의 국회 윤리위 회부를 주장한 근거 중 하나는 "서영교 의원이 자신의 동생과 딸을 사무실 직원으로 채용했고, 딸의 로스쿨 입학에 '국회 인턴 경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새누리당에 다시 날아온 칼날이 되고 말았다. 서 의원 1명을 공격하려다가 새누리당 내에서 무려 순식간에 8명의 의원이 친인척을 의원실 보좌진으로 채용했거나 의원실 경력자가 '좋은 직장'에 취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사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① 박인숙 의원 : 5촌 조카를 1년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으며, 동서를 인턴 직원으로 채용.

② 최경환 의원 : 원내대표 시절 인턴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점수 조작 의혹이 제기됨.

③ 김명연 의원 : 동서를 4급 보좌관으로 채용.

④ 이완영 의원 : 6촌 동생을 7급 비서로 채용.

⑤ 박대출 의원 : 조카를 5급 비서로 채용.

⑥ 강석진 의원 : 조카를 9급 비서로 채용.

⑦ 송석준 의원 : 조카를 9급 비서로 채용.

⑧ 한선교 의원 : 5촌 조카를 4급 보좌관으로 채용.

⑨ 정종섭 의원 : 친척을 7급 비서로 채용했다가 사직 처리함

스코어로 치면 순식간에 1:9이 된 것이다. 정당 구분 없이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면직 처리된 국회의원 보좌진은 총 24명에 달한다.

서 의원으로부터 비롯된 파문이 번지자, 의원들이 각각 친인척 출신 보좌진을 정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촌 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음이 드러났다.

또한, 그 여파는 국민의당에도 미쳤다. 조배숙 의원이 5촌 조카를 지역구 사무실의 보좌진으로 채용했음이 드러났고, 송기석 의원은 형의 처남을 운전기사로, 정동영 의원은 처가 7촌 조카를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9:2:3이다.

의원들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정치적 비밀 유지에는 친인척이 남보다 나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할 것"이라는 인식을 한다는 데에 분석이 집중된다. 

하지만 취업이 어려운 세상에서 친인척에게 '좋은 자리'를 주려는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따가운 데다가, 친족이 보좌진 내부에서 '갑질'을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비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실 내부에서 친인척 채용을 금지시키려는 취지의 법안은 제17대 국회에서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꾸준히 상임위에서 '진압'되고 있다. 여야 내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 국회라는 '작은 사회'에서 조용히 진압되는 예가 많다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대처가 무척 놀랍다는 데에 있다. 자신들 내부에서도 서 의원과 같은 사례가 많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상대 정당의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다가 순식간에 망신을 당한 것이다.

새누리당 버전 미네이랑의 비극

미네이랑의 비극은 2014년 7월 8일 있었던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이 독일 대표팀에 1:7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패배한 사건을 일컫는다. '미네이랑'은 당시 경기가 있던 경기장의 이름이다.

당시 브라질 대표팀은 공격의 핵 네이마르(FC 바르셀로나)가 8강전에서 우루과이의 후안 카밀로 수니가(볼로냐)의 니킥에 척추를 다쳐 결장했고, 주장이자 수비의 핵 치아구 시우바(파리 생제르맹 FC)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함으로써 공수의 핵이 빠진 상태였다. 

게다가 "화려한 공격 축구로 우승할 것"을 요구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거센 요구로 심각한 부담감을 느끼며 16강전 이후 정신과 의사의 단체 상담을 받았을 정도로 심리적 취약함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이런 부담 속에서 독일은 전반에만 5골을 넣었으며, 전반 23분에서 29분까지 6분 간 무려 4골을 넣었다.

독일의 조직력은 후반에서도 무너지지 않아 2골을 추가로 넣었으며, 브라질은 추가 시간이 돼서야 오스카(첼시)가 만회골을 넣어 겨우 영패를 모면했다. 하지만 3-4위전에서도 브라질은 맥을 못 추며 네덜란드에게 농락당해 0:3으로 패해 충격의 4위를 기록했다.

전반 초반 팽팽했던 분위기는 독일의 첫 골 이후 브라질의 조직력이 순식간에 무너져 비극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비수들이 강박적으로 공격에 나서다가 수비 조직력이 와해됐다는 점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

이로써 치아구 시우바의 공백이 매우 심각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 가장 심각하게 무리한 공격에 나섰던 선수는 다비드 루이스(파리 생제르맹)였고, 그는 최악의 평점을 받는 등 망신을 당했다.

냉정을 잃었을 때의 팀의 조직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정신적 지주이자 팀의 중심에 공백이 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새누리당이 1:0으로 이기다가 순식간에 2:9가 됐다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듯이, 새누리당의 비극은 아주 심각하다. 비교하자면 아래와 같다.

 ①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 논란 등 품위가 배제된 내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의 당에서 '껀수'가 발생하자 무리한 공격에 나섰다. 이는 실점 후 수비수들이 무리한 공격에 나섰다가 조직력이 무너져 6분 사이에 4골을 허용한 것과 비슷하다.

 ② 브라질 국민들은 광적인 축구 사랑 때문에 냉정을 잃었다. 우승도 부족해 "화려한 공격 축구로 우승할 것"을 주문하며 선수들에게 지나친 심리적 압박감을 줬다. 

 새누리당 역시 당의 내분 때문에 장기간 망신당하던 상황에서 '껀수'가 발생하자 "남의 당을 공격해 잠시 눈을 돌려보자"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당 대표 경선도 리우 올림픽 기간에 진행할 정도로 당의 상황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는 중이다. 

 ③ 브라질 대표팀은 첫 골 허용 후 무리를 하다가 비극을 연출했지만, 새누리당은 앞서다가 역전 당했다. 다만 실점 과정은 비슷하다. 순식간에 몰아쳤다는 그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

 ④ 새누리당에는 계파 간 좌장은 있지만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없다. 브라질 대표팀의 치아구 시우바의 결장 상황에 비견할 만하다.

 ⑤ 오스카가 추가 시간에 만회골을 넣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친인척을 보좌진에 고용했음이 드러났지만, 새누리당에서 순식간에 8명이 드러난 상황이라 주목도가 떨어진다. 

브라질이 '미네이랑의 비극'을 연출한 이유와 무척이나 비슷하다. 자신의 실력을 알지 못한 채 무리한 공격에 나섰다가 패배했다는 측면에서 새누리당도 이 비극을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총선에서 180석 운운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다가 패배했던 새누리당이었기 때문에 "그 당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이어갈 수 있다.

정치인이 되면 왜 '내로남불병'에 걸릴까

정치인이 국민에게 짜증을 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들어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내분을 하든지 당권 경쟁을 하든지 정당에 이해관계가 있지 않는 한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욕심을 과대포장하려다가 마치 간을 보는 듯 애매한 표현을 남발하며 스트레스를 준다.

 ② 만연해 있는 내로남불병이다. 새누리당은 부패하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하지만 걸핏하면 '민주'를 외치는 야권은 내로남불병 증세가 확인되면 눈에 확 띈다. 새누리당은 의원실 친인척 채용 논란에서 순식간에 8명이 드러났기에 눈에 띈 것이다.

 ③ 작은 사회의 고질병인 은폐와 감싸주기의 백태가 극에 달해 있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지만 공통의 이익이나 약점이 연계된 사안에서는 철저하게 뭉친다. 의원실 친인척 고용 금지가 17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됐지만, 매번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이다.

 ④ 절대로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울러 자신이 마치 대단한 사람인 양 과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이순신 코스프레를 하려고 드는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 하지만 실상은 남의 당을 공격하다 자신의 당에서 같은 문제가 드러나 우왕좌왕하는 예가 많다. 

정치인이 되면 누구나 걸리는 내로남불병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서영교 의원이 "3년 전 일인데 마녀사냥 당한다"는 불평을 제기하다가 십자포화를 맞았던 것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마치 미네이랑의 비극과도 같았던 새누리당의 더불어민주당 공격은 2:9로 마무리되는 듯한 비극을 연출하는 중이다. 여기에 하태경 의원이 '친인척 채용 전수조사'를 주장하자, 정진석 원내대표가 은근하게 난색을 표하는 듯했던 사례까지 덧붙이면 비극인지 희극인지 구분이 모호해진다.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거나 남의 약점으로 자신의 약점을 덮으려고 무리한 공격을 하면 어떤 비극을 연출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여의도의 비극'이라는 한 판의 축구 경기가 연출된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이 0:5 이후 독일 대표팀을 응원하는 촌극을 연출했음을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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