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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본 귀환 D-7 ①] 전설의 시작 '본 아이덴티티', 그 통쾌한 사이다[심층 분석] 개봉 앞둔 '제이슨 본 시리즈'를 말하다
박형준 | 승인 2016.07.20 06:00

※ 이 기사에는 영화 <제이슨 본> 이전 '본 시리즈'에 대한 줄거리가 담겨 있습니다. 줄거리 노출을 원하지 않는 독자께서는 이 기사를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제이슨 본, 불안한 현대인의 표상

영화 <본 아이덴티티> ⓒ유니버설 픽처스 코리아

제이슨 본이 27일 <제이슨 본>의 개봉으로써 돌아온다. 제이슨 본(맷 데이먼 분)은 21세기 최고의 첩보 액션 영화로 손꼽히는 '본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2002년 <본 아이덴티티>에서 격렬한 수제 액션과 극강의 자동차 추격전을 겪었던 제이슨 본은 2004년 <본 슈프리머시>와 2007년 <본 얼티메이텀>을 거쳐 열렬한 환호의 대상이 된다.

제이슨 본 시리즈는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 '제이슨 본 시리즈'가 원작이다.

러들럼의 원작은 <본 얼티메이텀>까지 총 3편이지만, 이후 에릭 밴 러스트베이더라는 작가가 유족의 허락을 받은 후 공식 후속편을 작성하고 있다. <본 레거시>를 포함해 후속편은 총 9편이 발표됐다.

알려지다시피, 제이슨 본은 영국 MI5의 첩보원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본드에 대한 안티 성격이 강하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이름을 까발리고 다니며 수십 명의 여자들과 밀회를 즐긴 제임스 본드와는 달리, 제이슨 본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삶을 찾는 먼 여정을 걸었다. 

'제이슨 본'도 그의 실명은 아니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에서 발견한 여권에 적힌 이름이었을 뿐이다. 그의 본명은 데이비드 웹이다.

제이슨 본은 자신이 암살자였다는 사실에 매우 큰 혼란을 느낀 바 있다. 또한 <본 아이덴티티>의 여주인공이자 <본 슈프리머시>에서 사망하는 마리 헬레나 크로이츠(프란카 포텐테 분)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Q가 발명한 온갖 장비를 요긴하게 활용하는 제임스 본드와는 다르게, 볼펜 등 일상적인 물건을 위급한 상황에서 무기로 사용하는 것 또한 '안티 제임스 본드'를 상징하는 중요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다른 요소는 자신이 MI5에서 살인 면허를 가진 몇 안 되는 특급 첩보원이라는 점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제임스 본드와는 달리, 제이슨 본은 자신을 버린 CIA로부터의 생존을 도모한다. 그러면서 CIA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코리아

애초부터 제이슨 본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 자체가 CIA이다. 제이슨 본의 생존이 확인되자, CIA 내 극비 프로젝트이자 암살단체인 트레드스톤(Operation Treadstone)은 선제적으로 제이슨 본의 암살을 시도했다. 제이슨 본이 그에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15년 가까이 거대한 추격전이 이어지고 있다.

제이슨 본 시리즈는 007 시리즈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는 미국에서 실제로 밝혀졌거나 논란의 대상이 되는 흑역사들이 다양하게 개입되고 있다. 트레드스톤은 여러모로 세상에 까발려진 세뇌 프로그램 MK 울트라가 모티브임이 명백하다.

이렇듯 조직으로부터 버림받고 조직을 향해 복수를 하며 음모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은, 냉전 이후 개인의 삶을 중시하면서 국가로부터의 위협을 몸으로 체감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제임스 본드는 냉전 시대의 영웅이다. 따라서 뚜렷한 국가관을 토대로 그려진다. 영화 시리즈 6편 <여왕 폐하 대작전>의 원래 제목이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라는 사실은 그를 분명히 상징한다. 

<제이슨 본>은 '제이슨 본'의 귀환으로는 만 9년 만이며, 다른 주인공 애런 크로스(제레미 레너 분)이 등장하는 <본 레거시> 이후로는 4년만의 귀환이다. 

<본 레거시>는 주연 맷 데이먼과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제작 참여에 거부해 감독과 주연 배우 및 캐릭터가 교체돼 제작된 영화이다. 시리즈 흥행의 여파를 이어가고자 한 전형적인 기획 영화였던 것이다.

본 아이덴티티, 전설의 시작

<본 아이덴티티>는 한 남성이 프랑스 남부 해상에서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남성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따라서 남성의 치료 과정에서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스위스 은행의 비밀 금고를 찾아가 거기서 발견된 여권에 명시된 이름 '제이슨 본'을 계기로, 이 남성은 제이슨 본으로 명명된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제이슨 본에게는 매우 억울한 일이었지만, 여기저기서 그를 쫓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연행하려던 경찰 2명을 때려눕힌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으며, 대사관에서도 그의 정체가 포착되자 세상이 다 뒤집어진 것이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코리아

제이슨 본의 귀환을 포착한 트레드스톤은 각지의 요원들을 소집해 본을 암살하고자 한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등장하는 트레드스톤의 암살자는 총 2명이다. 

1명은 파리의 집에 침입해 제이슨 본을 암살하려고 했지만, 제이슨 본은 무려 볼펜을 이용해 암살자를 제압했다. 다른 1명은 여주인공 마리의 이복 오빠 집 인근 숲에서 사격 대결로 제압한다. 이때 제거된 요원은 '프로페서'로서, 클라이브 오웬이 역할을 맡았다.

제이슨 본은 CIA의 파리 지부를 습격한다. 시신을 쿠션으로 활용하며 고의로 계단에서 추락해 계단을 올라오는 암살자에게 헤드샷을 날리는 명장면이 연출되는 등 격렬한 전투가 이어진다. 그런 끝에 제이슨 본은 자신의 1차 정체성을 파악한다. 

제이슨 본은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의 전직 통치자인 왐보시가 CIA를 향한 폭로를 하겠다는 협박을 하자, 왐보시의 암살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어 왐보시의 아이들을 보고 순간 흔들려 암살에 실패해 총상을 입고 바다에 빠졌던 것이 그가 바다에서 발견된 이유이다.

첩보 조직이 임무에 실패한 스파이를 처단해 비밀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상투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이 상투적 설정이 현대 사회의 음울한 현실과 맞물린데다가 007 시리즈의 비현실성이 수십 년 넘게 이어지면서 열광의 대상이 된 것이다. 

조직에 짓눌려 사는 현대인들에게, 비정한 조직에게 복수를 하며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한다는 이야기는 상쾌한 사이다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해피엔딩인 듯 해피엔딩 아니었던 <본 아이덴티티>

그런 의미에서 <본 아이덴티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버림받은 개인이 이런저런 고생 끝에 조직을 뒤집어놓은 뒤 안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훌륭한 대리만족의 소재가 될 만 했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코리아

게다가 쉐이키캠을 사용한 액션 촬영이 시도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에서 극대화된다. 

<본 아이덴티티>는 더그 라이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쉐이키캠의 사용 여부가 주목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이슨 본의 집에 침투하는 암살자를 제압하는 등 중요한 액션에서 쉐이키캠이 사용되는 등 <본 아이덴티티>는 그 점에서도 시초로 볼 수 있다.

물론, <본 아이덴티티>는 마냥 해피엔딩을 지향하지만은 않았다. 제이슨 본과 마리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행복한 재회를 하지만, 한편으로 CIA에서 블랙 브라이어 프로그램이 창설돼 위협은 여전할 것이라는 암시를 한 것이다. 

게다가 마치 <대부>에서 묘사됐던 한 장면처럼, '제이슨 본 제거'라는 임무에 실패한 트레드스톤의 책임자 콘클린(크리스 쿠퍼 분)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고 암살된다. <본 슈프리머시>의 충격적인 설정은 이렇게 <본 아이덴티티> 결말 부분에 암시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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