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영화
'서울역' 좀비는 모든 것을 대결의 장으로 바꿨다[리뷰] 충실한 장르 법칙과 직설적 사회 비판, 하지만 다소 아쉬운 연출
박형준 | 승인 2016.08.17 17:10

'부산행'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

영화 '서울역' ⓒ스튜디오 다다쇼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활용해 세월호 참사 등 한국 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중성을 위해 좀비 아포칼립스 특유의 고어 장면들은 많이 순화시킨 편이다.

영화 속 좀비들은 사람을 깨물어 감염시키는 것에 주력할 뿐, 그 이상의 잔인한 장면들은 묘사되지 않는다. 

이는 할리우드의 <월드워 Z>에서도 나아갔던 방향이다. 대규모 흥행을 위해서는 대중성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잔인한 장면을 줄였고, 특히 <부산행>에서는 가족 사랑과 부모의 책임감 등의 보편적 정서를 가미시켰다.

연상호 감독은 원래 <돼지의 왕> 등 애니메이션에서 직설적인 사회 비판을 앞세웠다. 따라서 <서울역>은 그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확인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장르라는 점에서 주목 대상이었다.

아울러 영화에서는 묘사하지 못한 고어 장면들도 최소한 일부분은 복원시켜 좀비 아포칼립스의 전형성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황금만능주의·명박산성 비판 등 진보적 정서의 가미

<부산행>에서는 버스회사 상무 용석(김의성 분)에게 모든 악역의 콘셉트들을 몰아넣었다. 기차 내에서 가장 번듯한 직업을 가진 용석은 노숙자를 무시하는 언행을 하면서 본인의 위기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이기심을 마구 표출한다.

<서울역>에서는 용석과 석우(공유 분) 등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확장시킨다. 장면 곳곳마다 노숙자들과 자본주의의 상징 '돈'에 몰입하는 이 시대의 단면을 대비시킨다. 그래서 서울역은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영화 '서울역'의 한 장면 ⓒ스튜디오 다다쇼

서울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빈부 격차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나 IMF 직후의 서울역은 영문도 모르고 직장을 잃거나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 눈물의 땅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각되는 것은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공권력의 무성의하고 폭력적인 대처이다. 좀비 출현 사태를 맞이해 정부의 칼끝은 반대로 무성의한 대처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향한다.

그런 관점에서 2008년 촛불시위에서 등장했던 일명 '명박산성'을 암시하는 경력 수송 버스를 이용한 바리케이트가 등장하는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촛불시위를 놓고 벌이는 보수·진보의 갈등을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 '서울역'의 한 장면 ⓒ스튜디오 다다쇼

연 감독의 성향상 <서울역>에서도 아무래도 비판의 칼끝은 정부를 향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는 이런 일을 마냥 아니라고 부인할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 정부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보다 강화된 좀비 아포칼립스의 장르적 특성에 비례해서 정부 비판의 수위도 <부산행>보다는 더욱 강해졌다. 애니메이션 장르의 특성을 연 감독이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부실한 연출의 아쉬움

아쉬운 것은 캐릭터의 액션 등 작화가 다소 부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장면이 매끄럽지 않아서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다소 딱딱하고 둔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캐릭터들과 더빙을 맡은 배우들의 목소리 간 싱크로도 다시 맞지 않아 연출상의 아쉬움은 순간순간 감춰지지 않는다.

류승룡·심은경·이준 등 배우들에게 더빙을 맡긴 것은 장점과 단점이 각각 존재한다. 장점은 보다 현실적이고 일상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 성우 특유의 능수능란함과 호흡이 느껴지지 않아 거슬릴 수도 있다. 연 감독은 원래 제작 과정에서 전문 성우를 기용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서울역>을 보고 나면 <부산행>과의 설정이 다소 흔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줄거리의 큰 틀에서 보면, 시간상의 흐름 등이 다소 엇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서울역'의 한 장면 ⓒ스튜디오 다다쇼

뿐만 아니라, 좀비 출현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근거가 다소 흔들린다. <서울역>을 <부산행>의 프리퀄로써 제작한 것이 맞는다면 세밀한 설정에 있어서도 감각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았다.

사회 비판 메시지를 강력하게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구석구석 세밀한 장면과 설정에서도 꼼꼼한 처리를 해야 사회 비판 메시지도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울역>은 등장하는 모든 곳이 대결의 장이다. 빈부 격차가 있으며, 세대 간 착취 문제도 있다. 

공권력과 시민의 갈등도 있으며, 약자를 무시하는 우리의 인식에 대한 비판도 있다. 메시지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만, <부산행>의 변칙 개봉 논란과 <서울역>의 다소 부실한 연출은 걸작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가능성을 떨어트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 익숙지 않은 장르물을 동원했음에도 연 감독이 이루어낸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부산행>과 <서울역>은 그렇게 우리에게 어려운 숙제를 연이어 남겼다.


- 로디프 트위터(링크 클릭) - http://twitter.com/sharpsharp_news

- 로디프 페이스북(링크 클릭) - https://www.facebook.com/sharpsharpnewscom

박형준  ctzxpp@gmail.com

<저작권자 © 로디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형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로디프 소개취재방향로디프 기자윤리강령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로디프  |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23길 36 302호  |  대표전화 : 010-5310-6228  |  등록번호 : 서울 아03821
등록일 : 2015년7월14일  |  발행일 : 2015년8월3일  |  발행인/편집인 : 박형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명원
Copyright © 2021 로디프.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