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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음치 소프라노, 이제는 세상이 그녀를 이해할 때[리뷰] 웃음과 감동의 적절한 비중, 이해가 안겨주는 애잔함
박형준 | 승인 2016.08.24 16:25

열정은 최고, 하지만 재능은 낙제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1868~1944)

재능과 열정이 일치하면 그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잔인한 법이라서 불일치할 때도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무렵 활약한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는 불일치의 대표적 사례이다.

열정은 최고였다. 문제는 재능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음의 높낮이와 리듬에 대한 개념은커녕 음표도 못 맞추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 덕분에 자신의 공연을 직접 개최할 수 있는 재력은 갖춰져 있었다. 워낙 재능이 없으니 그 어떤 성악 레슨도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너무 노래를 못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진지했지만, 세상은 그녀의 노래를 개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습게도 평론가의 '극찬'이 쏟아졌지만, 그것은 반어법이었다. 너무 어이없고 웃겨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비웃어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고 있었으며, 열정도 잃지 않았다. 세상의 비웃음을 인식했지만, "나를 질투해서"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쓰러졌을 것이다.

본인은 진지한데 너무 웃겨서 인기를 얻게 된 아이러니, 그것이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의 성악가로서의 삶이었다. 아래는 그녀가 부른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를 담은 동영상이다.

메릴 스트립과 휴 그랜트의 열정어린 호흡 '플로렌스'

영화 '플로렌스' ⓒ㈜누리픽쳐스

영화 <플로렌스>에서는 메릴 스트립이 '플로렌스'를 맡고, 휴 그랜트가 남편 겸 매니저 베이필드를 맡는다. 플로렌스의 전담 피아니스트 '맥문'은 사이먼 핼버그가 분했다.

메릴 스트립은 살아생전 플로렌스로 완벽하게 분해 음치 공연을 우스꽝스럽게 재현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취해 타인의 반응을 미처 알지 못하고 정말로 스스로의 재능에 확신하는 플로렌스의 캐릭터를 완전히 통찰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남편 베이필드를 맡은 휴 그랜트도 스트레스 투성이에 살면서도 언제나 품위를 잃지 않는 이중적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베이필드는 이중성이 상징인 캐릭터라서 플로렌스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작 사생활은 의외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질타당할 행동이기는 하다. 하지만, 플로렌스를 돌보느라 언제나 모든 것을 세심히 배려하고 의외의 사태를 막아야 하는 그의 중압감 넘치는 일상을 돌아보면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플로렌스>는 그녀의 행적을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웃음과 감동의 비중을 적절히 할애하면서도 지나친 개입을 피한다. 그에 따라 메릴 스트립이 플로렌스에 완전히 동화돼 노장의 연기를 과시할 기회를 완전하게 제공한다.

플로렌스에게는 나름의 삶과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아픔도 있었다. 사람의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세상이 그를 비웃고 놀리는 것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플로렌스'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영화 <플로렌스>가 강조하는 것은 이해였고, 플로렌스를 위한 베이필드와 맥문의 분투가 가슴 찡한 이유도 바로 '이해' 때문이다. 진심어린 이해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잔잔한 감동과 웃음

플로렌스를 이해하고 나면 웃음은 곧 찡한 애잔함으로 변한다. 세상이 모두 비웃더라도 그에게는 간절한 삶의 이유일 수도 있음을 알고 나면 쉽게 비웃기 어려워진다. 삶을 건 열정에 누가 감히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잔잔한 감동과 웃음은 적절한 비중으로 할애돼 있다. 메릴 스트립과 휴 그랜트의 조화로운 연기도 일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 플로렌스가 세상의 비난과 놀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은 아버지의 유산이 기반이 된 그녀의 부(富)였기 때문이다. 

영화 '플로렌스'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돈이 없었다면 플로렌스는 자신의 꿈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이 플로렌스에게 오기까지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불행과 행복이 묘하게 교차되는 영화 속 플로렌스에 대한 애잔함은 여러모로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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