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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 논파된 위인전 이야기 활용, 이해 어렵다강우석 감독의 옛 전력과 함께 살펴보는 '고산자, 대동여지도'
박형준 | 승인 2016.09.05 06:00

'고산자, 대동여지도' 왜 논파된 일제의 학설을 차용했을까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시네마 서비스

강우석 감독은 한국의 대표적인 유명 영화감독이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다.

1990년대 공전의 히트작 <투캅스>는 끌로드 지디 감독 연출의 1985년 작 프랑스 영화 <마이 뉴 파트너>를 베꼈을 가능성이 오랫동안 제기됐다다. 장면 하나 하나 도무지 닮지 않은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마누라 죽이기>는 파트리스 르꽁트 감독의 1993년 작 프랑스 영화 <탱고>의 표절 의혹이 강했다. <마이 뉴 파트너>와 <탱고>는 모두 필립 느와레가 주연했다는 공통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랬던 강 감독이 역사를 다뤄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작품은 <한반도>이다.

<한반도>는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이 숨겨진 국새를 찾으면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고, 일본의 억지 주장을 뒤엎을 수 있다"는 이상한 주장을 전개했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1987년 제9차 개정 헌법 이후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받았다고 명시했다. 임시정부는 임시헌장 제8조와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7조에 "대한민국은 구황실을 우대함"이라고 명시했을 뿐이다. '우대'가 곧 "법통 승계"를 의미하진 않는다. 

또한 위안부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일 양국은 1965년 한일기본협정에 의해 외교관계를 새로 시작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성립이 어렵다.

강 감독은 이제 고산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소재로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차승원·유준상의 절륜한 연기력 등과는 별개로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우려되는 이유이다.

논파된 논리를 끌고 온 이유, 이해 어렵다

어린이 위인전으로만 김정호를 접했다면, 아마도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알고 있을 것이다.

 ① 김정호는 모든 국토를 직접 답사해 지도를 만들었다.

 ② 김정호는 한반도를 3번 종주하고 백두산을 8번이나 올랐다.

 ③ 흥선 대원군은 대동여지도를 접한 후 "나라의 기밀이 양이들에게 넘어갈 것"이라며 김정호를 고문해 죽이고, 지도를 모두 불태웠다.

이에 따르면, 김정호의 삶은 고대 그리스 비극과도 같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김정호를 이렇게 묘사한 사람은 육당 최남선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장이 제기됐던 최초 시기는 1925년 8~10월이었다. 조선광문회와 <동아일보>는 육당 최남선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고산자를 회함'이라는 글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최초 의도는 조선인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전하고자 한 것이었다. ('고산자를 회함' 링크 클릭 1) ('고산자를 회함' 링크 클릭 2)

1925년 10월 8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고산자를 회함' 상
1925년 10월 9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고산자를 회함' 하

그로부터 9년 후 조선총독부는 위의 글에 담긴 주장들을 토대로 한 전기를 <조선어 독본>에 게재했다. 이 전기 역시 육당 최남선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총독부는 김정호의 전기를 통해 "조선인은 지도의 가치도 못 알아보는 미개한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려 했던 것이다. <조선어 독본>에 담긴 김정호의 전기는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아직도 확인할 수 있다. (링크 클릭)

국립중앙도서관이 설명하는 조선총독부의 의도는 아래와 같다.

 ① 김정호가 정확성에서 엉망인 조선의 지도를 보고 정확한 지도의 제작에 나선다는 대목을 삽입함으로써 조선의 지도 제작 기술이 형편없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② 조선 정부의 무능을 강조하기 위해 흥선 대원군이란 구체적 인물을 등장시키고 김정호 부녀를 옥에 가두었다는 형식으로 꾸몄다.

 ③ '고산자를 회함'에서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의 우수함을 비교·강조하기 위해 등장시켰던 (일본 지리학자) 이노다 다타카와 그의 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생략하였다.

조선인에게 희망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든, 비하하려는 의도든 이 주장들이 현대에 와서는 부정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돈 문제가 있다. 전국을 답사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필요한 지역을 답사했을 가능성은 있어도, 경제적으로 사정이 어려웠던 김정호가 전 국토를 답사할 개연성은 떨어진다.

 ② 지도 제작은 나라의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여길 정도로 흥선 대원군이 어리석지는 않다. 흥선 대원군은 군사력 확충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지도는 꼭 필요했다. 지도 제작이 죽을 죄라면, 동국지도·팔도총도·동국지도 등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③ 설에 따라서는 대동여지도의 목판을 부수고 지도를 태웠다고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대동여지도의 목판이 보관돼 있다. 고려대와 숭실대 박물관에도 일부가 남아 있다.

 ④ 김정호는 신헌 등 고위관료의 후원을 받으며 규장각에도 출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정호가 고문당해 죽었다는 기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신헌 등도 곤욕을 치룬 흔적이 없다. 신헌은 김정호 사후에도 강화도 조약 체결의 핵심으로 활동한다. 그 외에도 추사 김정희와 실한자 최한기도 김정호와 교류했다.

강 감독은 곳곳에서 제기되는 지적에 "정말 있는 것은 '코미디'이고, 없는 것은 '식민사관'"이라며, "절대 식민사관을 쫓아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논파된 학설을 암시하는 것과 같이 연출된 예고 영상의 문제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백두산 등정설'과 '전국답사설'의 반영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해명은 아직 없다. 

나쁜 의도의 왜곡 끌고 온 영화, 과연 옳은가

강 감독으로서는 억울한 지적일 수도 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내세운 원작은 소설가 박범신의 <고산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 소설도 위의 논파된 옛 주장들을 토대로 완성됐지만, 박 작가도 뻔히 논파된 것을 알기 때문에 기존 주장들을 비틀어 새롭게 창작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한 장면 ⓒ시네마 서비스

따라서 원작 소설보다 후퇴한 기존 주장을 토대로 훨씬 광범위한 전파력을 가진 영화로 소화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것이다.

영화는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그만큼의 합리적 의무를 지닌다. 뻔히 논파된, 나쁜 의도로 변질된 왜곡을 예고편에서 암시한 뒤 뒤늦게 아를 부인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흥행을 추구했든, 나름의 철학이 있든, 그 의도의 분류 역시도 중요하지는 않다.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고 역사적 맥락을 존중해야 하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강 감독의 예전 전력과 맞물려 찝찝한 느낌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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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ctzx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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