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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 잘못된 역사 지식 바탕의 억지 프로파간다[리뷰] 2005년 작 '한반도'의 황당한 역사 해석에서 한걸음도 못 나간 강우석 감독
박형준 | 승인 2016.09.07 15:40

김정호 옥사설과 목판 소각설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시네마 서비스

강우석 감독은 2005년 작 '한반도'로 역사를 황당하게 해석해 영화로 제작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던 바 있다.

따라서 기록이 많지 않은 고산자 김정호를 영화로 다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강 감독은 "정말 있는 것은 '코미디'이고, 없는 것은 '식민사관'"이라며, "절대 식민사관을 쫓아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보면 다행히도 우려한 '김정호 옥사설'이나 '목판 소각설' 등은 취하지 않았다.

위의 두 설은 일제 하 조선총독부가 "조선은 지도의 가치도 모르는 무지한 나라"라는 프로파간다를 하기 위해 육당 최남선의 글을 이용했던 질이 좋지 않은 설이다.

그렇다면 과연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제작됐을까? 

당대 정치사에 대한 무지, '한반도'의 답습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두산 등정설'이나 '전국답사설' 등 비현실적인 속설을 그대로 반영해 여전히 과거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사람의 신체는 한계가 있다. 지도는 직접 걷고 눈으로 본다고 완벽하게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자료를 잘 취합해 엄밀하게 분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대동여지도 제작 이전에도 정밀한 지도는 있었다. 

성호 이익의 제자로서 동국지도를 만든 농포 정상기는 고산자 김정호에 비해 한 세기 전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제작한 동국지도는 정확성과 방대한 정보의 양 등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대동여지도도 동국지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이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한 장면 ⓒ시네마 서비스

무엇보다 김정호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집안의 생계를 떠나 혼자서 풍찬노숙을 감수하고 전국을 돌아다닌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하다. 과연 평생에 걸친 답사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보여준 가장 심각한 무지는 고종 초기의 정치사이다. 흥선 대원군이 김정호의 정적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따라서 강 감독은 새로운 설정을 이용해 김정호와 흥선 대원군의 정적으로 설정해 김정호의 고난과 긴장감을 묘사하려고 했다.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것은 심각한 무지라는 사실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역사적 사실은 아래와 같다.

 ① 흥선 대원군은 집권 초기에는 당면한 정적들을 거친 방식으로 몰아내지 않았다. 따라서 초기 정쟁에 있어서도 드러내놓고 갈등이 벌어지진 않았다. 

흥선 대원군은 정적을 예우하되 실권을 거둬들이는 방식을 선호했다. 정적이라고 여겨졌을 인물 중에는 친대원군파로 활동한 인물도 있다.

 ② 비변사는 임진왜란 이후 최고 기구가 됐으며, 조선 후기 정치가 문란해진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따라서 흥선 대원군은 1863년 고종 즉위 후 2년 만에 비변사의 힘을 뺀 뒤 폐지시켰다. 김정호의 말년과 비변사가 어우러질 일은 없다.

 ③ 국가기관의 도움 없이 정교한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특히나 전근대사회에서 말이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에도 깊이 개입한 신헌은 김정호를 후원한 대표적 고위 관료였다. 

 관료는 아니었어도 풍양 조 씨의 부름을 받았을 정도로 명망 있고 부유했던 실학자 최한기도 김정호와 돈독한 사이였다. 김정호는 최한기의 '지구전후도'의 목판을 새겼고, 최한기는 1834년 김정호가 제작한 '청구도'에 제문을 썼다.

 ④ 결정적으로 신헌이 쓴 '대동방여도' 서문은 신헌의 문집 '금당초고'에 수록됐으며, 그에 따르면 신헌은 아래와 같이 회고했다.

 "나(신헌)는 일찍이 우리나라 지도에 뜻을 두고 비변사와 규장각에 소장된 것, 오래된 집안에 좀먹다 남은 것들을 널리 수집하여 증정하고, 여러 본들을 서로 참고하고, 여러 책들에 근거하여 합쳐서 편집하였다. 이리하여 김백원(金伯源)에게 물어 그것을 맡겨 만들게 하였다. 가리켜 증명하고 입으로 전해주기를 수십 년이나 하여 비로소 한 부가 만들어졌는데 모두 23권이다."

 '백원'은 김정호의 자이다. 따라서 김정호가 비변사와 규장각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는 기록이다. 벼슬 없는 잔반이나 중인으로 추정되는 김정호가 어떻게 비변사나 규장각에 출입해 지도를 수집할 수 있었을까? 신헌의 신분을 감안할 때, 김정호의 지도 제작은 정부 프로젝트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결국 '한반도'의 답습이다. 강 감독은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이었으니 국새를 찾으면 일제의 병탄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강 감독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억지스러운 반일 감정의 표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강 감독은 후반부에 이르러 본심을 드러낸다. 갑자기 일본이 주된 소재로 등장해 관객에게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킬 것을 요구한다. 대관절 김정호와 일본이 왜 어우러져야 하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이마저도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제작했던 당시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이야기도 끌어다 붙인다. 결국 강 감독은 11년 동안 '한반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19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김정호에게 21세기의 가치관을 강요한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한 장면 ⓒ시네마 서비스

애석한 것은 차승원의 완벽한 연기가 무지한 정치사를 배경으로 한 억지 프로파간다에 머무른 영화의 작품성과 비교하면 너무 아깝다는 사실이다. 

MBC 드라마 '화정'에서 광해군이었던 차승원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신분이 높지 않았던 김정호 역을 맡아 완벽하게 조선의 민초로 변신했다. 제스처와 말투, 표정과 몸짓 하나 하나가 완벽하게 조선 민초이다. 

강 감독은 언제까지 영화를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사용할지 궁금해진다. 상상력을 가미했음을 고지하는 자막도 없이 이미 뻔히 정립된 정치사를 마음대로 변형해 영화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억지로 반일 감정을 고취시키려는 노력은 과연 통할 것이며, 옳은 것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하필이면 맞붙는 작품은 의열단을 소재로 한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라는 점에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불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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