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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의열단과 황옥 경부' 이야기[리뷰] 가상의 인물을 통해 알려주는 싱크로율 높은 역사적 사건
박형준 | 승인 2016.09.07 17:38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

영화 '밀정' ⓒ영화사 그림

약산 김원봉은 평가하기 까다로운 독립운동가이다. 분명히 일생을 항일무장투쟁에 바쳐온 독립운동가이지만, 월북을 한 데다가 북한 정권 수립에도 참여를 했기 때문이다.

김원봉의 존재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5년 개봉작 '암살'이다. '암살'에서는 조승우가 김원봉으로 분해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김원봉은 익히 알려진대로 아나키즘 계열의 항일무장투쟁 단체 의열단의 단장이었다.

해방 후 남한으로 귀국해 몽양 여운형과 같은 노선을 걸었지만, 여운형이 암살당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간다.

이어 노덕술 등 친일경찰 출신 경찰들에게 연행돼 뺨을 맞는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 더욱이 연행되던 그 순간 김원봉은 화장실에서 일을 보던 중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김원봉에게 붙었던 현상금은 현재 화폐 가치로 300억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원봉은 한 번도 체포되지 않았다. 그러기까지 김원봉은 같은 곳에서 2시간 이상 머무르지 않는 등 피말리는 자기 관리를 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월북을 했어도 김원봉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시종일관 김일성에 반대했고 6.25 전쟁을 일으키는 것에 반대했다. 결국 그는 숙청당한다. 그의 죽음에 관한 진상은 아직 확실치 않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은 김원봉과 의열단을 모티브로, 황옥 경부의 1923년 폭탄 밀반입 사건을 직접적 소재로 내세운다. 모든 등장인물은 새로운 이름을 가짐으로써,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이야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 시대 버전 '무간도' 

난세에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밀정을 들여보내고, 거사를 치루기 위해 지독한 위장을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세력과 일제 경찰은 그렇듯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영화 '밀정'의 한 장면 ⓒ영화사 그림

홍콩 영화 시리즈 '무간도'는 폭력조직에 침투한 경찰과 경찰에 침투한 폭력조직원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다룬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눈치채고 소리없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가 하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현실도 괴로워 한다.

'밀정'도 마찬가지라서, 이정출(송강호 분)은 조선인으로서 '경부(현재의 '경감' 정도)'라는 고위직에 올랐지만 곧 의열단과 뒤엉키게 된다. 의열단과 일본 경찰은 서로 정보가 족족 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본 경찰과 의열단은 서로 밀정을 보낸 것이다.

'밀정'은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노리는 정글의 전쟁에서 기차라는 주요한 무대를 활용한다. 좁은 공간과 많은 사람들이라는 제한된 무대 설정을 통해 서스펜스를 극도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전반적으로 소설가 존 르카레의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작품은 스파이를 색출하는 정보원의 이야기가 그려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일 것이다. 이 작품은 영국 BBC에서 드라마로 만들었으며, 2011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 '밀정'의 한 장면 ⓒ영화사 그림

그래서인지 '밀정'은 등장인물들에게 갖가지 위험을 시종일관 끼얹는다. 여기에 미장센과 배경음악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관객의 눈을 조율한다. 거기에 본질적으로 '밀정'이라는 정체성에서 느낄 수 밖에 없는 정체성의 혼란과 현실적 한계들도 밀도있게 다룬다.

'무간도'이며, '위기일발'이었다. 그리고 '암살'이며, '아나키스트'였다. 갖가지 작품들의 고유 설정을 고루 끌어와 독자적인 작품을 만드는 연출력의 힘은 매력적이다.

'밀정'을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역사적 사실

'암살'의 김원봉을 기억한다면, '밀정'에서도 그와 비슷한 장면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의열단 단원들은 매일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다녔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했다. 

내일이 없는 삶이다 보니 멋을 한껏 부리며, 늘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밀정'에서도 의열단 단원들의 패션 감각을 잘 묘사했다. 이는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통해 회고된 것이다.

영화 '밀정'의 한 장면 ⓒ영화사 그림

일본 고등계 경부였던 황옥을 모티브로 한 이정출에 대한 '밀정'의 묘사는 상당 부분 황옥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인물과 관련된 사건도 역사적 사실이다. 쉽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잘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연계순(한지민 분)의 모티브 인물은 현계옥은 기생 출신으로서 소설가 현진건의 사촌 형 현정건의 연인이다. 현정건은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현계옥도 의열단에 가입해 비밀공작활동을 했다.

이렇듯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밀정'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싱크로율이 높은 편이다. 워낙 담대하고 치밀한 사건들이었고 그를 주도한 의열단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의열단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조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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