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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니피센트 7' 메시지는 약해졌지만, 압도적인 마상 총격전[리뷰] 벤허 리메이크작의 혹평과 대비되는 '매그니피센트 7'
박형준 | 승인 2016.09.14 12:10

무사와 총잡이의 시대는 그렇게 황혼을 맞이하고…

영화 '매그니피센트 7' ⓒUPI 코리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4년 작 '7인의 사무라이'의 시대 배경은 1586년이다. 1586년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의 변으로 사망한 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다 가문을 몰아내고 간파쿠(關白)와  다죠다이진(太政大臣)에 각각 취임한 직후이다.

규슈 등 일부 지역은 아직 도요토미에게 복속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전국시대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던 즈음이다.

전국시대가 마무리된다는 것은 전쟁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 변화에 따라 밀려나는 무사들도 나타나고 있었다.

'7인의 사무라이'는 그런 배경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이다. "농민들이 7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도적떼에 맞서 싸운다"는 지극히 간단한 이야기 속 시대 배경을 주목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농민의 삶을 위태롭게 한 사람들은 그 사무라이들이었다. 저마다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끝도 없이 전쟁을 일으켰으며, 사람의 목숨을 빼앗던 무리들은 결국 그 사무라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쿠치요(미후네 도시로 분)는 "농민은 더럽고 비겁하지만, 농민이 그렇게 된 건 누구 때문이냐"며, "당신들 사무라이들이 쓸데없이 전쟁을 일으키니 살기 어려워져서"라고 일갈한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1960년 리메이크한 '황야의 7인'에서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멋진 총잡이들에 비해 자신의 아버지가 볼품없다"고 투정을 부리는 소년에게, 총잡이는 "농사를 짓고 가정을 꾸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면서 "나는 감히 할 수도 없다"고 화를 낸다. 서부 개척 시대가 마무리되면서 총잡이들도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란 점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시대는 그렇게 흘러갔다. 7명의 사무라이 중 4명이 죽는다. 같이 도적떼를 물리치기 위해 나섰던 농민도 많이들 죽고 다쳤다. 그래도 내일은 온다. 저물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저만치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매그니피센트 7' 메시지의 힘은 약해졌지만…

'황야의 7인'의 판권은 콜롬비아 픽처스가 가지고 있었다. 콜롬비아 픽처스는 안톤 후쿠아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덴젤 워싱턴·크리스 프랫·에단 호크를 주연으로 선정해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한다.

국내 제목은 영문 그대로 '매그니피센트 7(The Magnificent Seven)'로 확정됐다. 7인의 총잡이 중에는 이병헌이 '빌리 락스'라는 이름으로 캐스팅돼 비중 있게 출연해 눈길을 끈다.

영화 '매그니피센트 7'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영화의 배경은 금광에 미친 '황금광 시대'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광 개발에 몰두하는 보그(피터 사스가드 분)는 마을에서 상습적으로 협박을 해대며, 주민들을 내쫓을 궁리를 한다.

힘없는 주민들은 공포에 떨지만, 누군가는 보그 일당에 맞서 싸울 각오를 다지며 주민들을 선택한다. 7인의 총잡이는 그렇게 고용됐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1주일 남짓이었다.

'매그니피센트 7'은 '7인의 사무라이'와 '황야의 7인'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색적인 것이 있다면, 저마다 다양한 배경과 개성을 가진 7명의 역사를 반영하듯 이번에는 '다국적'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흑인·백인·동양인·아메리칸 원주민(인디언)이 모두 섞여 있다.

하지만 메시지의 밀도가 아쉬운 것이 아쉽다. 거친 삶을 살던 7명이 약자들을 돕기 위해 뭉쳐서 농민들을 이끌고 보그 일당에 맞서는 이야기는 그대로이다. 하지만 '7인의 사무라이'와 '황야의 7인'에서 약자들을 무시하자 그 약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가장 중요한 장면은 사라진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단순해졌고, 보그도 단순한 삼류 악당에 머물렀다. 현대를 배경으로 리메이크된 만큼 악당들에게도 입체적인 이야기를 부여하며 그 악을 더욱 부각시켰다면 새로운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압도적인 마상 총격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그니피센트 7'은 후반 30분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압도적인 총격전만으로도 만족감을 선사한다.

특히 마상 총격전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1980년 작 '카게무샤'의 정점을 장식했던 마상 돌격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 약해진 메시지의 아쉬움을 후반 총격전에서 어느 정도는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매그니피센트 7'의 한 장면 ⓒUPI 코리아

7인 중 1명으로 등장하는 이병헌의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에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보다 먼저 개봉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콜롬비아 픽처스가 추석 연휴 한국 시장의 가치를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날 개봉하는 '벤허'가 함부로 과거의 대작을 리메이크했다가 온갖 비난에 시달리는 것을 돌아볼 때, 불후의 명작을 건드릴 때 필요한 각오를 보여준다.

'매그니피센트 7'은 분명히 메시지의 힘은 약해졌지만, 나름 신경 쓴 '다국적 총잡이들'의 모습과 압도적인 마상 총격전은 "최선을 다 했다"는 사실만큼은 느낄 수 있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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