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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어 히어로' 영웅은 태어나는 것 아닌, 자각하고 행동하는 것[리뷰] 원작 만화의 일부를 토대로 영화 제작, 일부 설정 구멍은 아쉽다
박형준 | 승인 2016.09.21 12:40

만화 원작을 토대로 제작된 '아이 엠 어 히어로'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영화사 빅

21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하나자와 켄고의 동명 만화 원작을 토대로 제작됐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중심 소재이기 때문에 우리 영화 '부산행'과 비교하는 관객도 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도  만화 원작을 언급한 바 있다.

비교적 잘 나가던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부산행'과는 달리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주인공 스즈키 히데오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소시민이다.

성격 역시 영웅을 의미하는 이름과 달리, 소심하기 이를 데 없으며 자신감도 극도로 떨어진다. 정신적으로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바뀌는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점점 변해가는 인간군상을 묘사하기에는 소심한 캐릭터가 적격일지도 모른다. 아수라장 같은 세상에서 히데오가 버틸 수 있는 계기는 오로지 더블 배럴 샷건과 총기 소유 면허 뿐이다. 이 무기는 엄청난 힘이 된다.

문제는 그 이전까지이다. 히데오는 자신의 성격에 걸맞은 행동 때문에 엄청난 발암을 선사한다. 한국형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과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 그 본질이다.

과감한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소심한 성격과 고지식함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선량함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원작 만화는 한국 기준으로 제19권까지 단행본이 발간됐다. 이 말은 "내용이 많다"는 뜻으로 영화는 이중 일부만을 묘사한다.

원작의 일부만 소화… 아쉬운 일부 설정 구멍

히데오(오오이즈미 요 분)는 영화에서도 몹시 답답하기 이를 데 없어서 여전히 발암을 선사한다.

총을 사용했다면 간단히 정리됐을 상황도, 히데오가 총의 사용을 망설이고 겁을 내면서 꼬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자신감과 존재 이유를 상징하는 유일한 물건이지만, 내면의 소심함은 그 물건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의 한 장면 ⓒ㈜영화사 빅

게다가 이미 감염된 여고생 히로미(아리무라 카스미 분)를 히데오를 비롯한 여타 생존자들이 왜 죽이려 들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히데오는 그렇다고 쳐도, 타인에 대한 여유가 극도로 없을 다른 생존자들까지 그것을 납득한다는 것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원작에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특수하다는 것만큼은 암시가 되기 때문에 납득할 수는 있다. 영화에서는 내용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암시도 주지 않아서 아쉽다.

하지만 원작에서 심혈을 기울여 묘사했던, 재난 상황 하에서의 복잡한 갈등과 권력 구도 등은 나름대로 신경 써서 묘사했다. '월드워 Z'에서도 원작 소설에서는 이런 상황이 인터뷰 형식으로 자세히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누락됐던 바 있다.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은 결국 원시 시대처럼 무리를 이루며, 원시적인 힘에 따라 이성과 인간성이 배제된 밀림을 이룰 위험이 높다. 원작 만화는 그것을 깊이 있게 묘사하려 애쓴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 구도를 클라이맥스에 배치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파렴치하고 치사해질 수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화는 원작의 일부만 묘사했다. 따라서 마무리를 장식하는 인물 간 구도 역시 현재까지 진행된 원작의 흐름은 반영하지 않았다. 원작의 묘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소 씁쓸할 수도 있다.

참고로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총기 소품 사용 허가 문제로 일본에서는 촬영되지 못했고, 한국의 파주에서 사용 허가를 받고 촬영을 진행했다. 보조 출연자 상당수도 한국인이다.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촬영 관련 사진 ⓒ㈜영화사 빅

"나는 영웅이다"

극중 좀비들이 발병한 원인은 명확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 원작에서는 쉽게 예상하기 힘든 원인이 작용했으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도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묘사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소심하고 겁이 많은 히데오는 위기에 몰리면 "아이 엠 어 히어로"라는 말을 반복한다. 자신의 한계를 잘 알기도 하고, 뭔가 해야 하지만 성격이 발목을 잡아 할 수 없을 때 하는 말이다.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말이다.

주변 상황은 히데오로 하여금 끊임없이 영웅이 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본질적 한계를 이겨내려 고독하게 노력하는 히데오의 모습은 발암이기도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안타까울 정도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은 '아이 엠 어 히어로'이다.

정점에 이르러 히데오는 본의 아니게 영웅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고, 자각하며 행동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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