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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허드슨강의 기적' 세월호로 멍든 한국인을 울리다[리뷰] 어른은 어른답게, 직업인은 직업인답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여전한 따뜻함
박형준 | 승인 2016.09.28 17:55

충실한 원칙과 기민한 판단력으로 155명을 무사히 살린 슐렌버거 기장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2009년 1월 15일 승객과 승무원 155명이 탑승한 US 에어웨이즈 1549 여객기는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샬럿으로 가고 있었다.

사고는 이륙 후 불과 2분이 지나 발생했다. 그것은 불가항력의 사고였다. 새떼가 갑자기 날아오면서 새떼 중 일부가 엔진에 들어가 엔진 2개가 모두 불통이 된 것이었다.

관제탑에서는 라과디아 공항의 복귀를 요구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했다. 엔진 2개를 모두 잃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운항은 불가능했다. 

설리 슐렌버거 3세 기장은 침착하게 승객들에게 상황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노련한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진정시킨 것 역시 큰 도움이 됐다.

이어 슐렌버거 기장은 기민한 판단력을 발휘한다. 허드슨 강을 활주로 삼아 비상 착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관제탑에 침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We're gonna be in the Hudson."

이 판단은 주효했다. 물은 추락의 충격을 일부분 흡수했으며, 허드슨 강에 떠 있던 보트들은 즉시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항공기로 이동했다. 911 수상구조대 역시 신속하게 출동했다.

승객 전원에게는 구명조끼가 주어졌고, 비행기의 날개는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육지 역할을 했다. 슐렌버거 기장은 모든 승객과 승무원들이 나간 뒤, 가장 늦게 비행기를 나왔다.

155명은 전원 구조됐다. 5명만이 다쳤을 뿐이다. 슐렌버거 기장의 신속한 판단력과 책임감, 기장을 믿고 함께 최선을 다한 부기장, 그리고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승객들은 안정시키며 묵묵히 할 일을 다한 승무원들, 돌출 행동을 하지 않은 승객들이 모두 한 몸이 돼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만들어진 영웅이 아닌 그저 최선 다했던 평범한 사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톰 행크스를 슐렌버거 기장으로 출연시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허드슨 강의 기적')을 연출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답게 담담한 시선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힘은 여전하다.

'허드슨강의 기적'은 슐렌버거 기장만큼이나 흥분하지 않는다. 흔한 영웅담이 아니라, "슐렌버거 기장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갑작스럽게 영웅이 됐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스러웠고 끔찍한 비극이 됐을 뻔한 사고 순간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언론의 스토킹도 그를 지치게 했다. 

그의 아내(로라 린니 분)는 "당신 역시 그 155명 중 1명이 아니냐"며 눈물을 흘린다. 태어난 영웅도 아니고, 만들어진 영웅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며,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했던 충실한 직업인이었을 뿐이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허드슨강의 기적'은 과거와 현재를 섞어 전개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노련한 연출 때문에 혼란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고 이후에도 중압감 속에서 놀란 심장을 천천히 다스리는 슐렌버거의 침착한 모습은 사고 대처의 순간과 교차되면서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어 은근하게 보여주는 155명의 평범한 면면은 그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영웅은 별 것 아니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영웅이다. 모든 승객이 나간 뒤에야 비상 착수한 비행기를 나서는 슐렌버거의 모습은 한국인의 가슴을 턱 막히게 한다.

한국인이라면 특히 먹먹할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이 영화를 보는 한국인은 특히나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수백 명의 승객을 내팽개친 채 배를 버리고 도주한 세월호 이준석 선장 이하 승무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장임을 숨기고 구조된 뒤, 주머니 속 젖은 돈을 말리는 모습은 한국인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슐렌버거는 직업인다웠으며, 어른다웠다. 승객들도 마찬가지라서, 아기를 비롯한 약자들을 우선으로 비행기 밖으로 내보내는 등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을 보고 가슴이 먹먹하지 않을 한국인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남긴 가장 큰 충격은 "움직이지 말라"는 승무원들의 지시를 고등학생들이 너무 충실히 지키다가 비극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어른의 말을 잘 들었던 대가는 결국 죽음이었다. 어른이라고 고개를 뻣뻣이 세운 채 아이들을 훈계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1930년생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만 86세의 노장 중에 노장이다. 하지만 노장은 여전히 사람에 대한 희망어린 시선으로 따뜻하게 세상을 보고 있었다. 어른은 어른답게, 직업인은 직업인답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가지고 감동을 주는 노장의 힘은 여전하다.

그리하여 빌게 되는 것은 노장의 만수무강이다.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젊은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나이든 사람에게는 나이든 사람의 책임을 강조하는 그의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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