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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흥행의 최대 강적:우병우·진경준·정운호·김형준[리뷰] 기존 영화의 반복, 피칠갑만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까
박형준 | 승인 2016.09.28 18:40

나쁜 놈들 중 가장 나쁜 놈과 그나마 덜 나쁜 놈

영화 '아수라' ⓒ사나이 픽쳐스

누구나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착하게 사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약점을 잡히다 보면, 혹은 욕망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그 자신은 나쁜 짓을 하고 있다.

김성수 감독의 신작 '아수라'는 위선자이자 악덕 시장인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와 지독한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을 나쁜 놈의 투톱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아무래도 더 나쁜 놈이라는 인상은 누가 뭐래도 정치인 쪽에 쏠린다. "작은 도둑놈은 잡범에 불과하지만, 큰 도둑놈은 대접받는다"는 속설은 진리인가 보다.

그나마 덜 나쁜 놈은 한도경(정우성 분)이다. 그는 박성배의 하수인으로서 온갖 뒤처리를 해주지만, 그나마 이해가 가는 이유가 있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를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물리고 물린 한도경은 박성배와 김차인 사이에서 치이고 사는 신세가 된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트집잡히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하던 대로 나쁜 짓을 하며 배를 불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먹을 것은 적지만, 먹으려는 사람들은 많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죽고 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남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김 감독이 히트작 '비트' 이후 실로 오랜만에 보여주는 비극적 세계이다. '비트'는 희망 없이 내몰린 청춘들의 파멸을 다루었고, '무사'는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려던 청년들의 비극을 담았다. 이렇듯 청년들이 방황과 압박에 시달리다가 비극을 당하는 것은 김 감독의 대표적인 세계관이었다.

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 ⓒ사나이 픽쳐스

'비트'의 꽃미남 정우성은 어느덧 20년의 세월을 보내며 40대 남성이 됐다. '비트'에서 방황하던 청년은 경찰관이라는 번듯한 직업이 생기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방황을 하고 있다. 자신을 조종하는 악덕 정치인과 약점을 쥔 검사 사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보라.

처절한 피칠갑, 호불호 엇갈릴 것으로 보여

'아수라'는 제목처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정상이 아니다. 탐욕에 취한 사내들이 저마다 그 탐욕을 채우기 위해 각종 범죄와 협박을 일삼는다. 사람 목숨은 당연히 개미 목숨만도 못하다. 정치는 결국 탐욕을 채우기 위한 쇼에 불과하며, 사람 목숨은 언제든지 희생된다.

이런 묘사를 위해 선택된 것은 강도 높은 폭력 묘사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위가 거칠어지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 '곡성'에 버금갈 만한 피칠갑을 미친 듯이 칠해댄다. 분명히 호불호가 엇갈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묘사는 결국 껍데기를 모두 벗어낸 남성들의 거친 탐욕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입을 막기 위해 죽이고, 말을 안 들어서 죽인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죽이고, 미쳐서 죽인다. 죽이는 이유도, 방법도 참으로 가지가지이다. 

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 ⓒ사나이 픽쳐스

다만 묘사의 강도를 벗어나면, 다소 뻔한 이야기라는 것은 아쉬운 요소로 작용한다. 검사와 정치인이 미쳐 날뛰는 세상은 이미 뉴스로 충분히 현실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다가 '검사외전' '내부자들' 등의 영화와 '리멤버:아들의 전쟁' 등 드라마에서도 마르고 닳도록 다룬 요소이다. '아수라'가 이를 뛰어넘는 특별한 이야기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수라' 흥행 최대의 방해 요소는 우병우·진경준·정운호·김형준 

강조하다시피, 이미 우리는 뉴스로 충분히 정치인과 법조인들의 각종 비리 행각을 접하고 있다. 각종 게이트는 나비효과를 만들어 검사장과 부장판사를 순식간에 피고인으로 만들어 수의를 입은 피고인으로 만들었으며, 청와대·대형 공기업·대형 보수언론이 뒤엉킨 난장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논픽션이 미쳐 날뛰고 있는데, 픽션이 피칠갑 좀 한다고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따라서 '아수라' 흥행의 최대 방해 요소는 바로 현실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진경준 전 검사장·정운호 전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김형준 부장검사 등 관련 인물이 더욱 압도적이다.

최근 불거진 각종 게이트들이야말로 피칠갑만 없을 뿐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뒤엉켰던 아수라장이었다. 논픽션이 픽션의 상상력을 앞서고 있다. 이것은 절망적이다.

그리하여 '아수라'가 과연 현실을 이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이미 아수라장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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