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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 성녀(聖女)인가 치졸한 살인자인가, 윤여정이 빛난다[리뷰] 아쉬운 집중력 속 빛나는 윤여정의 연기 내공
박형준 | 승인 2016.10.06 19:00

왜 '죽여줘야' 했나

영화 '죽여주는 여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이재용 감독의 신작 '죽여주는 여자'는 제목부터 중의적이다.

노인의 성 문제를 다루는 취지에서 섹스 코드가 담기도 했지만, 소외된 나머지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노인 문제의 근본을 다루는 취지가 담기기도 했다.

'죽여주는 여자'는 기본적으로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 분)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약자들이 등장한다.

노인·장애인·트랜스젠더·코피노 등 대한민국 사회의 약자들이 영화에 총망라됐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약자들 안에서도 권력과 재력에 따라 서열화돼 있다는 사실이다.

박카스 할머니의 존재 자체부터 돈을 매개로 성을 사고 파는 노인의 성 문제를 상징하는 키워드이다.

약자인 노인들은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약소한 돈을 주고 할머니의 성을 산다. 젊고 늙음에 따라 오고 가는 액수의 차이가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죽여주는 여자'로 유명한 소영은 어느 날 중증 뇌졸중을 앓고 있는 한 할아버지로부터 "진짜로 죽여 달라"는 요청을 받는 것으로부터 영화의 내용은 진지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미 소영의 옆에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코피노 소년 민호가 있었고, 트렌스젠더 집주인 티나와 장애를 가진 청년 도훈(윤계상)이 이웃이다. 그들 모두 자신을 괴롭히는 삶의 문제로부터 시달리고 있었다. 삶은 결국 끊임없는 고년과 시련의 연속이다.

이후 소영은 성적으로 '죽여주는 여자'에서 고통어린 삶을 끝내는 '죽여주는 여자'로 거듭난다. 왜 소영이 그런 일까지 하게 됐는지에 대해, 영화는 소영이 민호를 거두면서부터 암시를 한다.

기구한 삶의 궤적 속에서 몸 파는 일을 평생 했지만, 소영은 기본적으로 남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성녀(聖女) 소영?

'죽여주는 여자'의 모티프는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2005년 작 헝가리 영화 '성녀 요한나'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에서 요한나(일디코 크세나 분)는 성적 접촉을 통해 병들고 나이든 환자들의 병을 치유시킨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한 장면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녀의 성적 접촉은 '병원'이라는 억압의 체계에서 시도하는 반란이자 해방 시도이다. 소영의 행위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삶의 고통을 끝내주는 행복의 매개체로서의 살인 행위라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 봐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촉탁 살인 범죄이지만, 그녀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기구하다. 그들은 분명히 자녀들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병들고 외로운 처지에서 본질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열심히 일하며 살았던 대가 치고는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외로운 노년이 인생의 결과라면 차라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성녀 요한나'는 병들고 나이든 환자들에게 새로운 건강을 준다. 그리고 소영은 삶을 끝내줌으로써, 고통의 해방을 준다. 극도로 비난받을 행위를 통해 성녀가 되길 기도하는 소영은 과연 어떤 존재라고 해야 될까?

아쉬운 집중력 속 빛나는 윤여정

약자들 안에서도 권력과 재력에 따라 종속되거나 성을 사고 파는 현실을 다룬다는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시간제한 속에서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 영화 장르에서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아쉬운 집중력의 문제가 유발하는 셈이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한 장면 ⓒ한국영화아카데미

그런 현실에서, 심약하지만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는 소영을 연기하는 윤여정의 연기는 화려하게 빛이 난다.

선량하면서도 무모하게 선을 넘는 이중적 캐릭터 소영은 결코 쉬운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윤여정의 연기 내공은 자칫 불편할 수도 있는 소재를 최대한 공감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삶의 대가가 늙고 병들어 겪는 외로움이라면, 그 삶은 너무 안타깝다는 것을 젊은 관객에게도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죽여주는 여자'의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누구도 늙음을 피할 수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의 아량과 젊은 사람들의 배려·존중이 상호 조화될 때, 소통은 피어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젊은 시절이 없던 사람은 없었고, 누구도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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