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영화
'인페르노' 댄 브라운 씨, 답 안나오는 분야만 건드리세요[리뷰] 움베르토 에코의 비판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유 깨닫게 될 '인페르노'
박형준 | 승인 2016.10.19 14:45

'인페르노' 이번엔 맬서스 트랩?

영화 '인페르노' ⓒUPI 코리아

댄 브라운은 음모론 영역에 있던 설들에 미스터리를 적절히 조합한 소설을 주로 출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유행했던 작품은 "예수가 자녀를 남겨 후손이 남아 있다"는 설을 토대로 한 '다빈치 코드'였다.

댄 브라운은 자신의 음모론들을 사실로 믿는 듯한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인페르노'는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저서 '인구론'에서 주장한 맬서스 트랩을 중심 소재로 선택했다.

맬서스 트랩은 "인구는 증가→재앙→감소의 사이클을 끊임없이 거친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맬서스 트랩은 "재화는 한정됐고 기술 발전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구는 증가와 감소가 무한으로 반복하면서 적절한 수를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맬서스의 결론은 "저소득층 인구 감소 유도"였다. 그리하여 영국에서는 빈민들에 대한 복지를 줄여나가는 비극이 일어났고, 한동안은 개발도상국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점 때문에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맬서스 트랩은 "기술의 발전으로 재화와 잉여생산물이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하던 인구수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잃었다.

또한 맬서스 트랩을 근거로 산아제한 정책을 실현했던 나라들은 이제 인구 감소 가능성에 출산 유도를 위해 애쓰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따라서 '인페르노'는 '다빈치 코드'처럼 한물 간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유지하고 있다. '다빈치 코드'에서 말한 '예수의 후손'도 사실은 1980년대 출간된 '성혈과 성배'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인페르노' 역시 '다빈치 코드'가 가진 문제점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

댄 브라운 소설 원작인가, 007 원작인가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인페르노'도 미치광이가 등장한다. 억만장자 겸 천재 생물학자 '조브리스트(벤 포스터 분)'는 "전 세계의 인구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그는 자살했고, 주인공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 분)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병원에서 발견된다.

영화 '인페르노'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이후 펼쳐지는 것은 조브리스트의 생전 음모에 따른 인류의 절반을 말살하려는 시도들이다. 이 과정에서 투척되는 떡밥은 단테의 '신곡'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세 서양의 인문학 지식들은 유감스럽게도 겉돌고 있으며, 액션 없는 007 시리즈를 보는 듯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조브리스트의 시도는 스펙터를 비롯한 007 시리즈의 악당들이 매번 반복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로버트 랭던은 전투력을 잃은 제임스 본드처럼 보일 뿐이다.

007 시리즈는 시리즈 특유의 잔재미들과 격렬한 액션이 배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더라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뭔가 있어 보이려는 인문학 지식들은 배어들지 못하고, 주인공들은 말만 많다면 과연 어디에서 재미를 찾아야 할까?

음모론 장사는 이제 그만

움베르토 에코는 댄 브라운을 비판한 바 있다. 댄 브라운을 자신의 소설 '푸코의 진자'에 나오는 사이비 음모론자 정도로 판단한 것이다. 

다빈치 코드에서 '성혈과 성배'를 인용한 것은 '예수 후손 잔존설'은 영원히 미스터리 영역에 남을 것이기 때문에 소설화를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도 있다. 

영화 '인페르노'의 한 장면 ⓒUPI 코리아

하지만 맬서스 트랩은 이미 근거들을 상실한 이론이라서, 현실감을 주지 못한다. 거기에 주인공은 전투력이 전혀 없는 로버트 랭던이다 그러다 보니 미치광이의 헛된 망상을 효율적으로 분쇄하지 못한다. 소설과 영화 모두 겉도는 것이다.

따라서 맬서스 트랩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금단의 영역을 건드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음모론을 토대로 장사를 하려면, 영원히 밝혀질 수 없는 소재를 토대로 장사를 해야 한다.

케네디 암살 배후설을 증명할 수 있을까? 달 착륙 음모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까? 음모론은 바로 이런 부분을 파고들어야 장사도 할 수 있는 법이다.

망상을 가진 사람이 힘을 가지면, 망상도 실체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움베르토 에코가 주장한 것이었다. 그러니 댄 브라운은 그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답이 안 나오는 분야만 건드리길 바란다. 댄 브라운의 영업을 위해 남기는 어느 평범한 소시민의 조언이다.


- 로디프 트위터(링크 클릭) - http://twitter.com/sharpsharp_news

- 로디프 페이스북(링크 클릭) - http://facebook.com/sharpsharpnewscom

박형준  ctzxpp@gmail.com

<저작권자 © 로디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형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로디프 소개취재방향로디프 기자윤리강령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로디프  |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73길 23 101호  |  대표전화 : 010-5310-6228  |  등록번호 : 서울 아03821
등록일 : 2015년7월14일  |  발행일 : 2015년8월3일  |  발행인/편집인 : 박형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명원
Copyright © 2020 로디프.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