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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본 유사수신 피고인 송창수와 비교한 영화 '마스터'[리뷰] 정운호 게이트·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패배하다
박형준 | 승인 2016.12.21 13:30

재판 방청으로 본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는 "진우커뮤니케이션·티움·인베스트 컴퍼니·리치파트너·이숨투자자문 등 5개의 법인을 거쳐 대형 유사수신 사기를 쳐온 혐의가 법률상 진실로 확정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송 전 대표는 리치파트너 사건으로 제1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고, 이숨투자자문 사건으로는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고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

진우커뮤니케이션과 티움에서 500명을 상대로 19억 원을 가로챈 이후, 송 전 대표의 대형 유사수신 사기 이력은 아래와 같다.

① 유사수신 업체 인베스트컴퍼니 : 717명에게 106억 원을 가로챔.
② 유사수신 업체 리치파트너 : 2,539명에게 1,139억 원을 가로챔.
③ 유사수신 업체 이숨투자자문 : 2,996명에게 1,381억 원을 가로챔.

계산하면, 총 6,700여 명을 상대로 약 2,700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된다. 리치파트너와 이숨투자자문 관련 재판의 결과가 모두 유죄로 확정되면, 송 전 대표는 주수도·조희팔 이후 현존하는 최악의 유사수신 사기꾼으로 평가할 수 있다.

H경제지에 소개된 진우커뮤니케이션 시절 송창수 전 대표와 직원들

송 전 대표는 재판부 로비를 명분으로 50억 원의 고액 수임료를 받은 최유정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공판에 10월 17일 증인으로 출석해 "최 변호사와 파트너 이동찬 씨에게 수시로 돈을 뜯겼고, 그 액수는 70~80억 원 정도 된다"고 하소연했다. 10월 31일 이 씨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10월 17일 밤 11시까지 증언을 했던 송 전 대표는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되겠다"는 욕심 때문에 두 사람에게 수시로 돈을 뜯긴 것으로 보인다.

최 변호사와 이 씨의 공판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한 송 전 대표의 지인들과 직원들도 "송창수답지 않게 두 사람에게만은 이해가 안갈 정도로 돈을 썼다"고 밝혔다.

기자가 두 번에 걸쳐서 장시간 보고 들었던 송 전 대표와 지인들이 말하는 송 전 대표를 평가하면 아래와 같다.

 ①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화술이 뛰어나며, 사람을 안심시키는 말투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② 주변의 배신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송 전 대표의 뒤통수를 친 사람은 이 씨와 최 변호사만이 드러났고, 송 전 대표와 갈라진 사람으로는 피해자들에게 협조한 운전기사 김 모 씨만이 드러난 상황이다.

즉, 겉으로 본 송 전 대표는 매우 평범하기 때문에 유사수신 사기 범행을 해온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송 전 대표의 유사수신 사기 수법은 인간적으로 쉽게 용서가 안 된다.

송 전 대표는 주로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취업 공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원금 보장과 수익률 보장을 미끼로 투자를 유혹했다. 

당장 돈이 없던 피해자들에게는 불법 대출을 알선해 이익을 챙겼다. 인베스트 컴퍼니 사건 이후에는 여기에 '선물 옵션 사기'라는 수법의 진화도 있었다. 

"배신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사실은 각종 기록과 증언으로 확인된다. 송 전 대표의 직원들도 최 변호사와 이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바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최 변호사와 이 씨를 비난했으며, "'송 대표가 두 사람에게 속고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들도 송 전 대표에게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해도 그 이상의 끈끈함이 보였다. 

반면, 운전기사에 대한 응징 시도를 봤을 때 송 전 대표에게는 매우 치밀한 면도 있었다. 자신의 운전기사가 피해자를 돕는 것을 알게 되자, 송 전 대표는 이 씨와 모의해 운전기사를 절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다. 쉽게 말해 도둑놈으로 몰아간 것이다.

한편 "이 씨는 송 전 대표에게 돈을 받아 경찰관들을 매수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당시 돈을 받은 경찰관들도 구속 기소됐다. 김 모 경위는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구 모 경정은 곧 제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고액의 돈을 뜯었고, 이를 기반으로 '합의'를 명분으로 끊임없는 돌려막기 유사수신 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런가 하면 최 변호사와 이 씨의 말을 듣고 법원·수사기관에 끊임없이 로비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인베스트 컴퍼니 사건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검찰은 법정 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송 전 대표를 곧바로 체포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와 이 씨가 실제로 법원에 로비를 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수사기관에는 수시로 돈을 뿌려가며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심이나 정황은 꾸준히 드러난 상황이다. 구 모 경정은 재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 입증한 '마스터'

영화 '마스터' ⓒ영화사 집

송 전 대표를 직접 보고 들으며, 장시간 그에 관한 판결들을 분석하며 복기했기 때문이었을까?

기자의 눈으로 본 영화 '마스터'는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인 영화였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의 게이트!"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웠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홍보 문구를 바꾼 적이 있다.

거기서부터 개봉도 하기 전에 현실에 패배한 것이다.

유사수신 사기꾼 진현필 회장(이병헌 분)은 여러모로 조희팔로부터 모티브를 따왔다.

4조 원대의 유사수신 사기와 중국 밀항·사망 위장 등은 모두 조희팔과 관련된 것이다. 

'마스터'에 특히 아쉬웠던 것은 정관계 로비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이다. 암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주수도·조희팔·송창수 등 난다 긴다 하는 초대형 유사수신 사기꾼들에게 로비는 기본 옵션이다. 제대로 다루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재명 팀장(강동원 분)·신젬마 경위(엄지원 분) 등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정의구현을 위해 애쓴다는 설정도, 위의 경찰관들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씨를 거쳐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경찰관들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야를 좀 더 확대해 정운호 게이트 전체로 확대해도 그렇다. 게이트 연루자들은 모두 돈 파티를 하고 있었다.

홍만표 변호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호 전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책상값(판결문에는 '개업축하비 겸 집기구입비'로 표시)'은 3천만 원이었고, "손님 뛰고 가는 돈(변호사에게 사건 소개하며 주는 수임료)"는 2억 원이었다. 

송 전 대표는 이 씨와 최 변호사에게 수시로 돈을 뜯겼으며, 공소사실에 표시된 뜯긴 돈의 총액만 50억 원이었다.

정 전 대표도 상습도박 사건 단 한 건에 무려 50억 원의 수임료를 약속했다. 위 경찰관들은 이 씨에게 수시로 500만 원·1천만 원씩 돈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최 변호사는 송 전 대표의 지인으로부터 '뽀로로 캐릭터 비닐 가방'에 담긴 5만원 권 현금 10억 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 변호사는 1만원 권 2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재판에서는 적어도 억 단위는 나와야 돈같은 느낌이 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마스터'의 홍보 문구는 "통쾌한 범죄오락액션이 온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뤄야 할 요소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면서, 허세와 폼만 난무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복제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병헌이 맡은 진현필의 캐릭터도 매우 아쉽다. 주수도·조희팔·송창수 등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겉으로 봤을 때는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대단한 친화력과 화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사람에게 툭 하고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진현필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는 복제 캐릭터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갱단 두목인지, 한국의 다단계 사기꾼인지 쉽기 구분되지 않는다.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영화사 집

정운호 게이트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까지 이어진 흐름은 영화·드라마 등 창작 장르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창작은 현실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주장의 강력한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2개의 게이트는 돈·로비·협박·막장 드라마·도박·기이한 인간관계·권력 등 모든 요소가 한 곳에 버무려진 초강력 드라마이다.

폼만 잡는다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등장인물 간 물고 물리는 인간관계와 연결고리 또한 정운호 게이트·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압승이라는 점은 '마스터'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정운호 게이트 이후 정운호·송창수로 인해 구속 기소된 사람은 총 16명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그 기이한 인간관계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폼'보다는 기이한 연결 고리를 좀 더 연구해 버무리는 것은 어땠을까? 송창수 전 대표를 잘 알아서 '마스터'가 재미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마스터' 자체에 본질적 한계가 있는 것인지, 여러모로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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