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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④] 특검의 실적 부풀리기 의심: 재단 출연에 뇌물 적용재단 출연금에 무죄 선고한 이유: 물증은 '박상진 문자'
박형준 | 승인 2017.09.18 14:40

이재용 등의 뇌물공여 혐의 구조: 단순과 제3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판결 분석과 관련해 먼저 다뤘던 것은 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였다.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새삼 다시 언급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제 분석해야 할 것은 방대한 분석을 요하는 뇌물공여 혐의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단순 뇌물공여] 

코레스포츠에 송금한 승마지원 컨설팅 용역대금(282만 9,969유로: 약 36억 3,484만 원): 유죄

② 살시도·비타나V·라우싱1233 등 말 매입 대금 및 보험료(276만 2,830유로:약 36억 5,943만 원): 유죄 [①과 ②의 합: 559만 2,799유로(약 72억 9,427만 원)]

③ 말 수송 차량 매입 대금 38만 6,887유로(5억 308만 원): 무죄.

[제3자 뇌물공여]

①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125억 원+79억 원): 무죄

②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2,800만 원(5억 5천만 원+10억 7,800만 원): 유죄

'단순 뇌물공여'와 '제3자 뇌물공여'로 구분된 이유는 이재용 등 삼성 측이 돈을 준 상대방의 형태를 토대로 판단하면 된다.

코레스포츠(후신 비덱스포츠 포함)는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전적으로 지배했던 페이퍼컴퍼니로서 최순실에게 직접 준 것과 다름없는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하지만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는 "외관상 분명한 형태를 갖추고 운영됐던 재단법인으로서 최순실이 구체적 지위를 갖지 않고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도 "외관상 분명한 형태를 갖추고 운영됐던 사단법인으로서 최순실이 구체적 지위를 갖지 않고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실소유주 여부를 놓고 최순실과 조카 장시호 씨가 서로를 향해 "당신이 실소유주"라고 다투고 있기 때문에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1차적 판단 전에는 실소유주를 속단하기 어렵다. 

이 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의 뇌물수수 등 공판에서는 단순 뇌물수수(승마 지원)·제3자 뇌물수수(재단 및 사단법인)·뇌물요구(약속했지만 받지는 못했던 뇌물) 혐의로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뇌물공여 공소사실 중 가장 덩치가 컸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 총 204억 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단 출연금 204억 원: 무죄 선고 예상됐던 이유

기자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뇌물'이라고 판단한 특검의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실적 부풀리기"라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출연은 청와대 → 전경련 → 대기업의 순서로 일사분란하고 조직적인 구조를 갖추고 이루어졌다.

▲ 출연액수 결정 기준은 전경련의 사회협력비 분담비율이었다. 삼성그룹이 출연한 204억 원도 최순실과 삼성그룹이 직접 합의한 것이 아니라, 전경련의 사회협력기준에 따라,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자체적 기준에 따라 삼성그룹에 통보한 금액이었다.

▲ 2017년 초에 내내 진행됐던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출석한 수십 명의 대기업·전경련 임원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청와대·경제수석(안종범)의 뜻을 거역하기 부담스러워서"라고 증언했다. 

▲ 재단 출연과 관련해 이재용에게 뇌물공여를 적용한다면, 출연한 대기업 총수들을 모두 뇌물공여로 기소하는 것이 공평한 법 정의다. 하지만 특검은 이재용에 대해서만 뇌물공여를 적용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오류가 발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 그렇다면 출연 대기업 총수들 전원에 대해 뇌물공여·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특검·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 검찰도 최초에는 최순실·안종범을 구속 기소하면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박근혜·최순실을 기소하면서 같은 사실관계에 뇌물수수를 적용했지만, 입장이 꼬여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 뿐만 아니라, 검찰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단 출연금은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하남 체육시설' 관련 추가 출연금 70억 원에 대해서만 기소를 진행했다.

재단 출연금에 무죄 선고한 이유: 물증은 '박상진 문자'

재판부는 실제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2016년 1월 18일, K스포츠재단 현판식에 참석한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행사에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발견한 뒤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 다음과 같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K스포츠재단이라는 정부 주선으로 기업들이 출연한 단체의 발족행사에 다녀왔는데, 직원 중 1명이 인사를 하면서 '독일에서 계약식(코레스포츠와 삼성전자 간 승마지원 컨설팅 계약)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전에 누가 독일에서 관두고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누군지 기억이 나시는가. 혹시 이 단체도 최 여사(최순실)과 관련이 있나?"

▲ 위 문자 메시지는 박상진이 K스포츠재단에 대해 "정부 주선으로 기업들이 출연한 단체"로 인식하고, 최순실과의 관련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 이재용·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이 '최순실과의 관련성'을 알고 있었다면, 승마 지원 실무를 맡는 박상진에게도 정보를 공유했던 필요성이 적지 않다. 즉, 이재용 등 3인도 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의 관련성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

▲ 재단 설립 과정에서, 설립 관련 사항의 대부분은 청와대가 전경련에 지시했고, 전경련은 '사회협력비 분담비율'에 따라 각 기업에 출연금 가이드라인을 정해줬다.

▲ 따라서 이재용 등은 출연금 액수 결정 등과 관련해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한 적이 없고, 청와대가 전경련을 통해 지정한 출연금 분담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의사결정을 했을 뿐이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겸 전 승마협회 회장 ⓒKBS

▲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은 2015년 10월 23일 회의 진행 중 "아직도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기업이 있느냐. 누군데 아직도 안 내냐. 그 명단을 달라"고 화를 냈다.

▲ 김완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무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VIP 관심사항으로 주도해 진행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 기자 주 : 최순실·안종범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임원 대부분이 이렇게 증언했다.)

▲ 미르재단의 출연금 규모는 최초 300억 원대였다가 500억 원으로 증액됐다. 박찬호 전 전경련 전무는 "대기업 임원들에게 증액을 통보하자, 그들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이게 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 박근혜는 승마 지원·영재센터 후원 요구에 대해 대단히 구체적인 사항까지 알려주며 적극적으로 요구했지만, 이재용 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손경식 CJ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에게도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박근혜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단독면담 중 '재단 출연'에 대한 감사 인사를 했기 때문에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의심을 할 수 있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재단 출연 결정은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무관한 동기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 기자 주 : "'다 냈는데 우리만 안 내면 되겠느냐'는 동기가 출연의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 단독면담도 이재용만 진행한 것이 아니고, 유독 이재용에 대해서만 대가관계를 인식하고 출연 요청을 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구멍 뚫린 특검' 상징하는 '재단 출연에 뇌물공여죄 적용'

기자 같은 얼치기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기소를 재판부라고 동의할 가능성은 낮았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 및 설립의 문제점은 강제성이었을 뿐 대가성은 미약했다. 아울러 이재용 등에 대해서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경우의 불공정성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특검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거나 ▲미약한 대가성이라도 주목해서 출연 대기업 총수 전원을 뇌물공여죄로 기소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이재용 등에 대해서만 뇌물공여죄를 적용한 이상 무죄 선고는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공소사실 내 뇌물액을 부풀리기 위한 시도라는 의심은 자연스러웠다. 

'특검에 대한 신성성 부여'에 몰두하며 눈치를 보는 기성언론은 이와 같은 기초적 맥락도 일체 무시한 채 그저 '특검의 팬클럽'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와 같은 기초적인 판단도 깡그리 무시했던 것이다.

안봉근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KBS

아울러 기성언론 기자들은 한창 왕성한 권력을 행사하는 특검의 이상 행각은 보고도 못 본 체 하지만, '죽은 권력'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안봉근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등장하자 지나칠 정도로 무례하고 큰 목소리로 욕설 아닌 욕설을 퍼붓는 등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오늘의 권력에는 나긋나긋하되, 죽은 권력에는 강한" 기성언론 기자들의 현실이다. 과연 이재만·안봉근에게 욕설 아닌 욕설을 퍼부었던 그 기성언론 기자들은 이재만·안봉근이 절정의 권력을 행사할 때에는 '찍' 소리라도 했던 적이 있었을까. 

기자는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에 관한 신화 속에 나오는 "보름달은 찼으니 기우는 일만 남았다"는 말을 대단히 인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 어떤 권력도 반드시 저무는 날이 온다. 

영웅화·신화화·신성화된 특검을 냉정하게 재평가할 요소는 ▲엉성한 기소 ▲각종 무례한 우김질 ▲각종 조작 행각 ▲각종 협박 행각 등이 있고, 이 근거들은 법원의 공판조서에 남아 있다. 

"보름달이 기우는 날"에 특검 구성원들이 처할 미래는, 향후 기자가 대단히 기대하고 바라볼 관전 포인트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홍만표 변호사·김형준 전 부장검사도 전성기 때에는 자신들이 재판을 받거나 수감 생활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아울러 기성언론 기자들이 "보름달이 기우는 날"에 특검 구성원에게 어떻게 대할지도 기자가 매우 궁금한 부분이다. 과연 지금처럼 신성시하고 나긋나긋할까. 인심은 언제나 변화무쌍한 법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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