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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⑤] 재판부, 특검의 '이영선 순간이동설' 부인영재센터 후원이 뇌물인 이유: 영재센터의 부실한 서류, 삼성은 요구대로 후원
박형준 | 승인 2017.09.20 13:45

'영재센터 후원'이 제3자 뇌물인 이유: 분명한 사단법인 형태

삼성전자는 최순실 씨·장시호 씨가 주도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대해 ▲2015년 10월 2일에 5억 5천만 원을 ▲2016년 3월 3일에 10억 7,800만 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특검은 이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측을 기소했다. 검찰도 2016년 12월에는 최순실·장시호·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할 때에는 박근혜·최순실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이 제3자 뇌물죄가 된 이유는 영재센터가 명백한 사단법인 형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3자 뇌물죄는 단순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특검과 삼성 측의 공방에서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은 삼성그룹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재판부는 구체적 현안에 대한 직접적 청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필요성 ▲국정 전반에 포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박근혜의 '대통령' 지위를 토대로 거시적·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즉, 박근혜·이재용 사이에 "대통령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취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다방면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상호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에 대한 16억 2,800만 원을 뇌물공여죄로 인정했다. 삼성 측은 ▲박근혜·이재용 간 청탁과 대가관계 합의가 없었고 ▲최순실의 요구에 따른 김종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후원했을 뿐이며 ▲이재용은 후원 결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영재센터에 후원을 할 때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2015년 7월) 이후이기 때문에, 박근혜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더욱 분명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에 대한 특검·삼성 측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은 대단히 광범위한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후 따로 분석할 예정이다.

영재센터 후원이 뇌물인 이유 "영재센터의 부실한 서류에도 요구대로 후원"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800만 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근거로 '뇌물공여'라고 판단했다.

요약하면 ▲박근혜는 이재용에게 영재센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면서 '구체적 후원 요구'를 했고 ▲영재센터의 부실한 서류 준비에도 불구하고 영재센터의 요구대로 후원이 진행됐으며 ▲영재센터의 후원이 진행되던 시기에 삼성그룹의 개별 현안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다음은 재판부의 구체적 판단 근거다.

▲ 박근혜는 "영재센터가 최순실의 사적 이익 추구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삼성 측도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비영리 공익 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는 이재용에게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 사장을 통해 지원하라"거나 "꿈나무드림팀 육성계획안 등 서류를 전달"하는 등 구체적인 요구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은 이재용·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장충기 전 차장 등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김재열을 거쳐 신속하게 진행됐고, 후원에 대한 검토도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 영재센터는 각종 서류를 부실하게 준비했지만, 삼성 측은 최지성·장충기의 지시 하에 영재센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후원을 진행했다. 

▲ 후원이 진행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등 개별 현안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 박근혜·이재용의 단독면담은 2015년 7월 25일에 진행됐고, 최순실은 7월 24일 오전 장시호에게 "위에 갈 거니까 잘못 쓰면 안 된다" "삼성에 갈 것이니까 잘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서류 작성 지시를 했다. 이 서류는 박근혜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 단독면담을 다녀온 이재용은 최지성·장충기에게 "대통령이 은퇴 후에 놀고 있는 동계스포츠 메달리스트들을 활용하는 사업에 삼성이 지원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전달을 했다.

▲ 최지성은 이를 시인하는 진술을 했고, 장충기는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를 통해 후원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 박재혁 전 영재센터 회장은 2015년 10월 2일 김재열을 직접 만나 격려의 인사를 들었다. 박재혁은 "김재열 같은 거물이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단체 회장을 만나러 일부러 시간을 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여겼다. 그만큼 영재센터 후원은 이례적이었다.

▲ 김종이 영재센터 후원에 개입한 것으로는 보이지만, 김종의 개입은 독자적 요구가 아니라 "대통령의 관심사항을 이행할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영선 순간이동 미스터리' 부인한 재판부

기자가 특검을 가장 맹렬하게 비난했던 요소는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직접' 영재센터 서류를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특검의 논거였다. 허무맹랑했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언급했듯이,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과 최순실의 운전기사 방 모 씨는 2015년 7월 25일 오전 10시 55분에서 11시 7분 사이에 신사동에서 전화통화를 하면서 '영재센터' 서류를 주고받았고 ▲이재용의 차량이 단독면담 장소였던 삼청동 안가를 떠난 시간은 11시 8분이었기 때문이다.

물증은 이영선·방 씨의 통화기록 및 기지국 통신내역과 이재용의 삼청동 안가 차량 출입 기록이었다.

특검은 '삼청동 안가 차량 출입 기록'에 대해 "이영선 명의로 발부된 기록이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삼성 측이 "특검도 청와대에서 발급받으면 된다"고 반박한 뒤 다시는 재반박하지 못했다.

제트팩 ⓒ마인에어크래프트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이영선은 강남구 신사동에서 종로구 삼청동까지 길어도 1분 안에 이동한 셈이다. "순간이동 기술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고, 최소한 고성능 제트팩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특검은 그 제트팩을 물증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었고, 그런 좋은 기술은 국민 전체의 복리를 위해 사용돼야 옳다. 하지만 특검은 제트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재용 등의 공판과 박근혜·최순실의 재판에서는 각각 재판부로부터 공소장 변경 허가를 받아 "이재용이 직접 받았다"는 부분에서 '직접'을 지웠다.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직접 서류를 전달하지 않아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재판부는 특검의 황당한 주장을 배제했다. 통화기록과 삼청동 안가 차량 출입 기록을 토대로 "이재용이 직접 서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청와대에서부터 '불상의 경위'를 거쳐 최지성·장충기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는 최순실·장시호 → 방 씨 → 이영선 → 박근혜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장충기의 순서로 서류가 전달됐다고 보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과 장충기는 친분이 있었고, 장충기는 안종범의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가자 신라호텔 이용과 관련된 편의를 제공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무조건 이재용에 연결시킨다"는 이상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서류를 꼭 이재용의 손에 쥐어줄 필요는 없다. 

▲박근혜는 단독면담에서 이재용에게 '영재센터 후원'을 언급하고 ▲서류는 안종범을 거쳐 장충기에게 전달돼도 뇌물거래 인정에는 아무 지장도 없기 때문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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