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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⑦] 부정한 청탁 연결고리: 이재용의 승계개별 현안은 '이재용 경영권 승계'로 모인다
박형준 | 승인 2017.09.27 13:30

특검에 비난 집중됐던 요소: 부정한 청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특검과 삼성 측이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았던 요소 중 하나는 '부정한 청탁'이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제3자 뇌물공여 혹은 수수 혐의는 단순 뇌물공여 혹은 수수와는 달리,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추가된다. 

공소사실 중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된 사안은 ▲미르재단 출연금 125억 원 ▲K스포츠재단 출연금 79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800억 원이었다. 제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이 유죄로 인정한 사안은 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800억 원이었다. 

원래는 '정유라 승마 지원'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거론됐고,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정유라 승마 지원'은 단순 뇌물공여가 인정됨에 따라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소는 큰 의미를 갖기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그동안 경제신문과 보수 성향 언론들이 특검을 비난했던 요소였던 "증거가 없다" 혹은 "맹탕이다" 등의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던 사안이 바로 이 '부정한 청탁'이었다. 기자도 맹렬하게 비난했던 점이었다. 

그 이유는, 뇌물수수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였기 때문이다.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소가 인정되려면, 특검이 제시한 각종 삼성의 경영현안에 대해 박근혜가 묵시적으로라도 개입했음을 인정할 만한 정황을 제시해야 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고, 출석한 증인들은 모두 박근혜·청와대의 개입을 부인했다.

박근혜는 국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개입 흔적만 입증했어도 공방이 길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판부의 선택도 비슷했다. 재판부는 "박근혜·청와대가 명시적 청탁을 받고 삼성의 각종 구체적 경영현안에 직접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선택한 법리는 '거시적 차원의 묵시적 청탁'이었다. 

즉, 재판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이재용 등이 개별 사안들에 대해 박근혜에게 명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하지만 개별 사안들을 하나로 포괄하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포괄적 현안'이고, 박근혜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③ 이재용 등은 정유라 승마 지원·각종 출연과 후원을 하면서, 박근혜로부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규제완화 지원·이재용 체제에 대한 간접 우회 지지 표명(시그널 지지)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 제시된 것은 ▲개별 경영 현안 중 일부는 이재용의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개별 경영 현안에 적극 관여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들을 박근혜의 금전 지원 요청과 연결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쉽게 정리하면 "아무 대가 없이 돈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서로 '신호'는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개별 현안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 기사에서는 재판부가 "직접적 청탁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포괄적으로 연결된 사안"이라고 인정한 것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 ①] 삼성SDS 상장 후 이재용의 지분 일부 매각

삼성SDS는 2014년 11월 14일에 상장됐고, 구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18일에 상장됐다. 이재용은 삼성SDS의 지분 11.25%를 가지고 있었지만, 2016년 2월 초 2.05%에 해당하는 158만 7,757주를 매각했다.

삼성 측이 당시 제시했던 매각의 이유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는 "이재용이 상속세를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평가했다.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SDS는 상장을 통해 이재용이 보유 주식을 현금화하거나 삼성전자와 합병을 할 회사"라고 평가했고, "삼성SDS의 상장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일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도 "삼성SDS의 상장은 이재용의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 ②]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구 제일모직은 이재용이 대주주인 회사였고, 구 삼성물산은 이재용의 지분이 거의 없지만, 삼성전자의 지분 4.06%를 보유한 회사였다.

따라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간접적으로라도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배적인 평가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지분 취득을 위한 현금 출연 없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력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상조의 다음 발언을 덧붙였다.

"이재용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 루트가 합쳐져 짧아졌고, 이재용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금산분리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된다. 재판부는 이를 놓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는 매우 중요한 지분으로서 지배구조 관점에서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등 대주주의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에 대한 영업 지배력이 강해졌고, 현행 규제환경 하에서 최선의 지배구조를 형성해 상속을 제외한 경영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KBS

아울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 이후'의 시나리오로 거론됐던 것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이건희 사망 후 이재용의 남매들에게 이건희의 삼성생명 지분이 분할 상속될 경우,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돼 본의 아니게 강제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에게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① 삼성생명은 금융회사라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② 이건희의 삼성생명 지분이 이재용의 남매들에게도 분할 상속되면, 지분 계산상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된다.

 ③ 이렇게 되면 이재용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은 강제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줄어든다.

 ④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서 탄생한 신 삼성물산은 자산총액 규모가 매우 커졌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강제금융지주회사가 될 위험은 사실상 사라졌다. 

 ⑤ '신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사실상의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재판부는 헤지펀드 엘리엇 등 외국자본의 반대 및 공격에 대해서도 "방어수단을 강구하고 강화하는 것도 이재용이 해소해야 하는 부수적 현안"이라고 판단했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 ③]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매각의 최소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불거진 순환출자 고리 문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원래 900만~1천만 주(5.2%, 1조 4,500억 원 상당)의 신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요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학현 당시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이 김종중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을 만난 뒤에는 '500만 주 매각(2.6%, 7.600억 원)'으로 결론이 바뀐다.

이 물량 중 2천억 원 상당은 이재용이 매입했고, 3천억 원 상당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매입했으며, 나머지는 블록딜을 했다. 이에 따라 강제로 자체적인 지배력이 약화될 위험을 최소화했으며, 부수적으로는 이재용 개인의 '신 삼성물산' 지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공정거래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공정거래위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정거래위의 순환출자 관련 유권해석 및 주식 처분 최소화 문제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전반적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지속적으로 적용될 법률규정의 법집행 기준 정립이었다"면서, "경영권 승계와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공정거래위의 유권해석은 이후에도 진행할 구조조정 작업 후 불거질 순환출자 고리 해석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 ④]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사업부문 분할

삼성그룹 내에서는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와 사업부문으로 분할해 ▲사업부문으로 가야 할 이건희 소유의 지분을 지주회사로 현물출자한 뒤 금융지주회사의 신주를 줘서 ▲이건희의 지주회사 지분을 45.78%로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이건희를 비롯한 총수 일가는 합계 약 63.75%의 금융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해 금융계열사 전체를 관장할 수 있다.

이건희 사후 이재용이 안정적으로 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분 자체가 넉넉하기 때문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 상속세를 납부할 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판부는 ▲현금 3조 원을 포함해 자산 11조 원을 지주회사로 이전하고 ▲최대 20조 원을 유상증자해 자본확충에 대비하려고 했다는 삼성 측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결정적으로 "이재용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실제로도 이재용의 승인·동의 하에 추진됐다"는 판단을 덧붙였다. 따라서 이 사안 역시 '경영권 승계' 관련 사안으로 인정됐다.

'경영권 승계와의 관련성 인정 안 된 현안: 삼성테크윈·삼성중공업·삼성바이오로직스

재판부가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판단한 현안은 ▲한화그룹의 빅딜에 따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매각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었다.

판단은 간단했다. "증거가 없다"거나 "이재용의 삼성전자·삼성생명의 지배력 확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부정한 청탁'에 대한 제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① 이재용이 개별 현안마다 박근혜에게 청탁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② 하지만 개별 현안 중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안이 있고,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에 대해 최소한 박근혜의 암묵적 지지를 얻어야 했다. 따라서 박근혜에게 뇌물을 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③ 따라서 일부 개별 현안은 '경영권 승계'라는 큰 틀을 구성하는 '조각'의 역할을 한다. 즉, 개별 현안은 부정한 청탁의 구성 요소 역할을 한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괄적 의미의 부정한 청탁'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미래전략실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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