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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⑧] 미래전략실: 조직적 공모의 근거제1심 재판부 "대주주(또는 총수)의 경영지배권 행사 지원·개별 현안들에 적극 관여"
박형준 | 승인 2017.10.02 13:25

미래전략실: 뇌물공여·부정한 청탁 공방의 핵심 요소

2016년 12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선언했고, 2월 28일에 실제로 해체됐다.

미래전략실은 회장 비서실 → 구조조정본부 → 전략기획실을 거쳐 2010년 12월부터 운영된 조직이며, 자타공인 총수의 참모조직이자 최정예 싱크탱크였다.

미래전략실에는 전략1팀·전략2팀·커뮤니케이션팀·기획팀·경영진단팀·인사지원팀·금융지원팀·준법경영실 등의 부서들이 구성돼 있었고, 각 계열사에서 고르고 고른 최하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150명 가량 모여 있었다. 

미래전략실 내 업무량은 상당했지만,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한다는 자체가 "삼성그룹 내에서 그만큼 인정받는 임·직원들로 통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래전략실에서는 위 8개의 부서 외에 사안별로 TF가 구성돼 상호 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서 진행됐던 이재용 등의 뇌물공여 혐의 등 제1심 공판에서는 특검과 삼성 측 간에 "미래전략실이 어떤 조직이냐"는 것을 두고 상당한 논쟁이 진행됐다. 특검과 삼성 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특검: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총수고, 피고인들의 각종 공소사실에는 총수의 직속 참모조직 미래전략실의 개입이 있었다.

 ▲ 삼성 측: 이재용이 삼성그룹 내의 사실상 후계자고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재용은 아직 총수가 아니고,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리해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었다. 

 아울러 미래전략실은 계열사 간 현안과 업무를 조정하는 조직일 뿐, 특검의 주장처럼 비밀조직은 아니다.

즉, 미래전략실에 대해서는 ▲이재용의 지휘 하에 움직이거나 이재용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인지의 여부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에 대한 각종 뇌물공여 개입 여부 ▲부정한 청탁의 요소가 된 각종 현안에 대한 대관로비 여부 관련 논쟁이 진행된 것이다. 이중에서도 '이재용의 지휘 혹은 이익'이라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미래전략실의 특성상 '이재용의 지휘 혹은 이익'이라는 것이 인정될 경우에는 이재용을 정점으로 한 조직적 뇌물공여·부정한 청탁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1심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에 대해 "각 계열사를 통할하면서 운영을 지원·조정하는 조직"이고, "대주주(또는 총수)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원하는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재용의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 관련 개별 현안들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래전략실이 개입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관련 사안'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합병 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신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등을 지목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좌)과 장충기 전 차장(우) ⓒKBS

여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최지성 등 미래전략실 관련자들의 진술이 근거로 활용됐다. 최지성은 "저는 이건희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졌다"고 진술했고, 이왕익 미래전략실 전략팀 전무는 "삼성의 각 계열사의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진술들과 조직 구성 등을 토대로 "삼성그룹 계열사를 통할하는 최고 권력기관으로서 각 계열사의 유기적·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원·조정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회장 개인의 계열사 주식 관리 등의 사례를 토대로 "대주주(총수)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배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이재용이 뇌물공여·부정한 청탁에 개입했다"는 판단을 하는 데에 근거 중 하나가 됐다.  

[미래전략실 개입 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2015년 6월, 최지성·김종중 당시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이 이재용에게 'KCC에 구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을 설득했다.

 ② 2015년 7월, 국민연금공단 투자위의 의결권 행사 관련 회의 전,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 반대'를 주장하던 김성민 전문위원장을 설득하는 데에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차장과 이수형 당시 기획팀장이 개입했다.

 ③ 2015년 7월 13일, 김종중은 구 삼성물산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일성신약의 동의를 얻기 위해 윤석근 부회장을 설득했다.

 ④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장충기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동향을 파악하고 삼성물산 주주의 의결권 행사 위임 작업을 총괄했다.

즉, 합병 성사를 위한 거시적 방안과 대관업무 전반을 미래전략실에서 개입한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이는 항소심에서 다시 다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중 스스로는 부인했던 것이었지만, 윤석근에게 했다고 알려진 발언 "합병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는 것도 증거 중 하나로 인정됐다.

[미래전략실 개입 ②] 합병 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신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미래전략실의 개입 의심 정황은 대체로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대관 업무'에 집중돼 있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불거진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신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논쟁에서 가장 첨예한 논점이 됐던 사실관계도 바로 '대관 업무'였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공정거래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공정거래위

김종중은 2015년 11월 17일 김학현 당시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재판부는 이 만남에 대해 "김종중이 김학현에게 '삼성그룹의 의견을 잘 들어봐 달라'고 부탁했고, 김학현은 김종중에게 공정위 전원위 회의 일정을 알려주고 회의 후 후속대책을 상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왕익이 ▲2015년 12월 20일, 공정거래위 소속으로서 청와대에 파견 가 있던 인민호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삼성그룹의 의견을 전달한 정황 ▲전달 후 장충기에게 문자메시지로 보고한 정황이 물적 증거로 판단됐다.

[미래전략실 개입 ③]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삼성그룹 측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와 관련해 은밀하게 움직였던 정황이 있었다. 이 '은밀하게 움직였던 정황'의 주축이 바로 미래전략실이었다.

2016년 1월, 이승재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팀 전무는, 손병두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게 '비공개 계획안 검토'를 요청했고, 금융정책국 금융제도팀에도 '비공개 전달 및 설명'을 진행했다. 

최지성·장충기는 법정구속, 박상진·황성수는 집행유예

제1심 재판부는 최지성·장충기에게 각각 징역 4년 형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반면,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겸 전 승마협회 회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겸 전 승마협회 부회장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상진·황성수는 '정유라 승마지원' 실무만 총괄했을 뿐, 다른 뇌물공여와 부정한 청탁에는 개입한 정황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결정된 양형으로 보인다.

'정유라 승마 지원' 실무도 그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재용·최지성·장충기가 결정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제한적 범위 내에서 공범이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겸 전 승마협회 회장 ⓒKBS

최지성·장충기는 미래전략실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재용과 함께 각종 뇌물공여 결정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 총괄 지휘를 맡았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최지성·장충기는 ▲정유라 승마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결정한 핵심 수뇌부였다. 비록 제1심에서 뇌물로 인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르재단 출연금 125억 원 ▲K스포츠재단 출연금 79억 원을 최종 결정한 사람도 최지성이었다.

그들의 법정구속은 "이재용을 정점으로 미래전략실이 집중적으로 각종 공소사실에 개입한 사실이 인정됐다"는 잠정적인 결론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제1심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이 공소사실 곳곳에 개입한 이상, 미래전략실의 최고 책임자인 최지성·장충기의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계열사 전반을 지배하는 미래전략실의 특성을 통한 '조직적 공모'라는 형태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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