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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⑩] 法, 특검의 '박근혜의 김학현 뇌파조종설' 부인특검, "박근혜가 순환출자가 뭔지 아는지"부터 입증했어야
박형준 | 승인 2017.10.09 12:45

합병 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의 간단한 개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그룹에 닥쳤던 이슈는 순환출자 고리였다. 합병 전이었던 2015년 4월 1일 기준 제일모직·구 삼성물산과 관련된 순환출자 고리는 다음과 같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합병 전 순환출자 고리 ⓒ공정거래위

합병 후인 2015년 9월 2일 기준 제일모직·구 삼성물산과 관련된 순환출자 고리는 다음과 같다.

합병 후 순환출자 고리 ⓒ공정거래위

합병 후의 순환출자 고리는 수가 줄거나 구조 자체가 단순화된 측면은 있지만, 2개의 회사가 합병되면서 각각 보유했던 지분이 하나로 합쳐져 순환출자 고리의 강도가 강해진 측면도 있었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합병 전 삼성전기가 보유했던 제일모직 지분 3.7%와 삼성SDI가 보유했던 구 삼성물산 지분 7.2%였다. 

곽세붕 공정거래위 경쟁정책국장·김정기 기업집단과장·석동수 사무관 등 공정거래위의 실무자들은 처음에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각각 보유한 '신 삼성물산' 주식을 500만 주씩, 총 1천만 주를 매각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1천만 주는 당시의 시가로 약 1조 4,500억 원, 지분 비율상으로는 5.2%에 해당하는 지분이었다. 

정재찬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를 최종 결재한 날은 2015년 10월 14일이었고, 장영인 삼성전자 대외협력팀 상무에게 통보한 날은 10월 15일이었다. 삼성 측에서 합병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7월 24일 공정거래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삼성 측은 11월 5일 "처분대로 따를 테니 공식 통보를 미루어 달라"고 요청했고, 11월 9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명의로 '처분 이행 확약'과 '공식 통보 요청' 취지가 담긴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 실무자들은 공식 통보를 연기할 생각이 없었다.

김학현 당시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점은 이때부터였다. 김학현은 11월 17일에 김종중 당시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을 만났다. 이후 김학현은 갑자기 "결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시작했고, 정재찬은 이 문제를 전원회의 안건으로 올린다.

12월 16일 진행된 전원회의 결과는 "동일한 순환출자 고리 내 계열사 간 합병은 인접여부와 관계없이 '적용 제외'로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삼성전기가 보유한 신 삼성물산 지분 500만 주를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결론이었다.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순환출자고리 내에 존재하던 법인이 ▲고리와 무관했던 법인과 합병을 하면 ▲새롭게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 ▲기준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곽세붕 등 실무자들은 "새롭게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SDI의 신 삼성물산 지분 900만 주는 매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처음 냈던 '1천만 주 매각(500만 주+500만 주)'에서 '900만 주 매각(0 + 900만 주)'으로 달라진 것은 맞지만, 삼성그룹이 책임져야 할 부담 자체는 크게 줄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연합뉴스TV

김종중은 12월 16일 김학현에게 전화를 해서 "삼성전기 보유 지분은 매각을 안 해도 된다면서, 왜 갑자기 삼성SDI 보유 지분을 900만 주나 매각하라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12월 19일에는, 삼성그룹의 관련 자문을 맡던 한 변호사가 인민호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의견을 전달했고, 장충기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12월 20일 이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보고받았다. 

인민호가 공정위에 자료를 요청함에 따라, 석동수는 인민호에게 "삼성SDI가 보유한 '신 삼성물산' 지분 900만 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보냈다. 이 보고서는 인민호와 최상목 당시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12월 21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전달됐다. 

안종범과 최상목이 선택한 안은 '500만 주 매각'이었다. "순환출자 고리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되는 것에 불과하니, 삼성SDI가 보유한 '신 삼성물산' 지분은 500만 주만 매각하면 된다"는 취지의 결론이었다. 이는 김학현이 적극 지지하던 안이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의 실무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석동수는 '900만 주 매각안'과 '500만 주 매각안'을 모두 윗선에 올렸다.

같은 날, 최상목은 김학현에게 "정재찬이 결재를 미루고 있어서, 안종범의 반응이 좋지 않으니, 형님이 '500만 주 매각안'을 설득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어 김학현은 정재찬에게 "안종범이 아주 불쾌해 하니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500만 주 매각안이 더 합리적이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연락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 등 공판의 제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과정을 사실로 인정했지만, 당사자들은 "그런 적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특히 정재찬이 가장 강력하게 부인했다.

정재찬의 항변 요지는 "나는 장관급이고, 경제수석은 차관급인데, 안종범이 내게 그런 불쾌함을 드러냈으면 매우 무례한 처사"라는 것이었다.

정재찬은 2015년 12월 23일 '500만 주 매각안'에 최종 결재를 했다. 특검은 이 과정을 이재용 등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일부분으로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김학현의 행위와 박근혜의 상관관계

이 부분은 제1심 공판에서 특검이 역시나 '장광설'과 '횡설수설'로 일관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김학현이 김종중을 만난 뒤 갑자기 의견을 바꿔 삼성 측에 매우 친절한 태도를 보인 것은 누구나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김학현의 행위와 이재용·박근혜 간 뇌물거래 합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BS

김학현이 김종중을 만나 의견을 바꾼 것과 박근혜는 대관절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박근혜가 김종중과 모의해서 리모컨으로 김학현의 뇌파를 조종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특검은 그 뇌파 조종 리모콘을 물증으로 내놔야 했다. 하지만 '이영선의 제트팩'과 마찬가지로 특검은 '박근혜의 뇌파 조종 리모컨'도 물증으로 내놓지 않았다. 

우리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이, 특검은 23세기를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는 특검이 '미래로부터 날아온 터미네이터'가 아닌지 신중하게 고민했다.

▲이영선이 압구정역에서 삼청동까지 1분 안에 가서 이재용에게 서류를 전달했다 ▲청와대에 사는 박근혜가 강남에서 김종중을 만나던 김학현의 뇌파를 조종했다는 등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미래과학을 몇 달 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그런 좋은 기술을 비밀리에 독점하지 말고 세상에 공개하기를 바란다. 

다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김학현이 삼성 측의 의견을 듣고 태도를 바꾼 사실 ▲그 과정에 안종범·최상목 등 당시의 청와대 경제수석실 핵심이 개입한 사실은 인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박근혜가 김학현의 태도 변화에 개입했느냐"는 것이었고, 특검은 몇 달 넘게 밤을 지새워 가며 '장광설'과 '횡설수설'만 남긴 채 이에 대한 입증을 전혀 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박근혜가 '순환출자가 뭔지나 아는지"부터 입증을 해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재판부도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이 현안 또는 이 현안 관련 쟁점이 안종범을 넘어 박근혜에게까지 보고·전달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안종범·최상목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분명하게 진술했다."

"박근혜가 이 현안에 관해 청와대 참모진 또는 공정거래위 공무원들에게 어떠한 지시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것으로 판단은 끝이었다. 김학현의 변화를 '박근혜·이재용 간 부정한 청탁'으로 연결 지으려면 "이재용 등 삼성 측 → 박근혜 → 안종범·최상목 → 김학현"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기획재정부

하지만 특검은 몇 달 넘게 박근혜를 연결 짓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근혜·이재용의 부정한 청탁'에 김학현의 변화를 포함시켰으니, 당연히 특검의 주장 취지는 "박근혜가 뇌파 조종 리모컨으로 김학현의 뇌파를 조종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뇌파 조종 리모콘만 물증으로 제시했으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지만, 특검은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법원 "순환출자 고리 관련 유권해석, 이재용 경영권 승계에 유리"

다만 재판부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 관련 주식 매각량 감소'를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부정한 청탁의 구성요소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2016년 2월 25일, 이재용은 2천억 원 상당의 신 삼성물신 주식을 매입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나머지 주식에 대한 블록딜에 참여해 3천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했다.

▲ 당시의 순환출자 고리 해석 문제는 2014년 7월 28일에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시행된 뒤 공정거래위의 첫 법 해석·적용 사례였다. 

▲ 따라서, 이재용으로서는 추후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해 삼성그룹에 최대한 유리한 법집행 기준이 정립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했다.

▲ 결과적으로 '주식 매각량 감소'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했고, 추후 승계작업 추진 시에도 적용될 집행의 기준이 정립됐다는 측면에서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 관련 문제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부정한 청탁의 구성요소에는 포함됐다.

하지만, 특검이 본질적으로 입증하려고 했던 "박근혜에 직접 청탁했다"는 주장과는 취지가 다른 결론이었다. 따라서 특검으로서는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일부 대형매체들은 특검에 대한 영웅화·신화화에 앞장섰다. 그것은 어쩌면 특검이 비밀리에 보유한 초현실적인 과학기술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검과 문재인 대통령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는 초현실적 과학기술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와 특검은 '이영선의 제트팩'과 '박근혜의 뇌파 조종 리모컨'을 하루빨리 세상에 공개하기를 바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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