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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⑪] 삼성생명 금융지주: 특검·삼성의 '나란히 삽질''이재용 경영권 승계'의 구성요소: 이재용 승인·동의 없이 추진 불가
박형준 | 승인 2017.10.11 12:55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관련 특검과 삼성 측의 논박

삼성그룹에서 한때 추진했던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 삼성생명을 '사업부문'과 '지주회사'로 분할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20.76%)을 지주회사로 현물출자한 뒤, 이에 대한 신주를 부여하면 이건희의 지주회사 지분은 45.78%가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지주회사의 지분 구조는 이건희 45.78%·삼성물산 13.24%·삼성생명공익재단 4.69%·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0.04% = 합 63.75%)

 ▲ 삼성생명의 자산 약 11조 원을 지주회사로 이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지분 5조 9천억 원, 삼성생명의 자사주 2조 1천억 원, 현금 3조 원은 전부 지주회사로 이전한다. 

 ▲ 현금 3조원을 지주회사 자산으로 옮긴 뒤 삼성화재 지분 15% 추가 매입 : 지주회사는 각 계열사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3조원은 삼성화재 지분 15% 이상 매입에 사용해야 했다. 

 ▲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2%: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3.2%를 매각해야 했다. 삼성은 매각 시한으로 7년을 원했지만, 금융위는 2년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는 "추가적인 현금 출자 없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객관적 지분율이 6.5% 상승한다"는 것을 들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건희 등은 약 57.29%의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57.29%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재판부는 ▲이건희 사망 후, 이재용의 안정적인 금융계열사 지배 ▲이건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주회사의 지분 일부를 처분해서 훗날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마련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제1심 재판 내내 첨예한 쟁점이 됐던 것은 ▲현금 3조 원의 용처 ▲삼성생명의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2%의 매각 기간이었다.

특검은 ▲현금 3조 원은 보험계약자들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재원이 돼야 하는데도 금융계열사의 지분 매입에 사용하려고 했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천천히 팔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근거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부정한 청탁' 내역에 포함시켰다. 

즉, "무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면서 청탁한 내용 중 일부"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삼성 측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국제회계표준(IFRS4) 2단계 도입'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삼성전자의 지분을 2년 동안 매각하면 할인율을 크게 적용해야 하므로 손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등의 반론을 했다.

특검의 이상행각, 결정적으로 드러난 계기: 금융지주회사 전환

특검이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직접 청탁했다"는 주장을 하는 근거로 제시한 것은, 역시나 '안종범 수첩'이었다. 

'안종범 수첩' 2016년 2월 15일자에는 "금융지주회사, Global 금융, 은산분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6년 2월 15일은, 박근혜와 이재용이 단독면담을 한 날이었고,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동계스포츠 관련 단체 후원'을 요청한 날이었다. 

안종범은 특검에서 "그 내용은 '박근혜로부터 들은 이재용의 단독면담 중 발언'을 기록한 것으로써,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취지는 글로벌금융기업 도약이었고, 정부의 은산분리 정책에도 부합한다'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주장한 것 중 물증과 정황증거를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삼성생명은 보험회사라서 '은산분리'와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구심만 풀면 될 것 같았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BS

하지만 재판 단계에서 사정은 달라졌다. 정작 안종범은 정작 7월 5일 재판에서 "그 내용을 박근혜가 말했는지, 이재용이 말했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금융위로부터 보고받은 관련 사안을 박근혜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정은보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박근혜가 말한 내용이 연결돼 있다는 생각 정도만 했을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급해진 특검은 자신들이 뇌물수수로 기소한 안종범에게 "수첩에 굉장히 정확하게 기재를 했다. 수첩에 적으실 때 빨리 잘 적으셨다"는 칭찬까지 했다. 하지만, 안종범은 삼성 관련 현안에 대해 "박근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검이 공소유지 단계에서 각종 유도신문·협박·조작을 한 정황이 공개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안종범의 태도 변화는 특검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연결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안종범은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박채윤으로부터 1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특검 스스로도 박채윤의 공소장에 명시했던 김진수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은 기소되지 않았다.

김진수는 특검에 유리한 진술을 하고는 특검의 수사기간이 끝난 직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연히 우연이 겹친 일이겠지만" 이상한 정황임에는 분명했다. 

특검의 '진술서 조작 의혹'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사안도 바로 이 사안이었다. 6월 16일 증인으로 출석한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안종범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서운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저는 특검에서 진술을 시작하기 전에 김영철 파견검사에게 이를 말했는데, 진술조서에 적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영철은 평소 서릿발같이 이재용을 질타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진 채, 멋쩍게 웃기만 했을 뿐, 아무런 반박도 못했다. 

정은보를 바보 취급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진술을 '진술 전'에 했든, '진술 후'에 했든 자신의 참고인 진술조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연히 법정에서 항의할 것이란 점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삭제'를 한 것이다. 기자가 특검을 맹렬하고도 공격적으로 비난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바로 정은보의 진술조서 조작이었다.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이후로도 특검에 대해서는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는 참고인에게 "구치소는 추운데 옷 갈아입히고 조사하겠다"고 질타한 정황 ▲참고인과 문답을 한 뒤 그 참고인의 명의로 진술서 작성 등의 행각이 밝혀졌다.

특검 구성원들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안이다. 

입장을 바꿔, "현 정권과 관계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저런 조작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저런 행각을 한 검사가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100%도 아니고 300% "검사 탄핵 소추안" "검찰총장 사퇴" 등을 언급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진보언론도 이 상황이 민망하기는 민망했는지, 하나같이 이 정황을 일체 누락해 보도했다. 조금이라도 왜곡을 할 여지가 있었다면, 다루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다. 

재판부는 결국 '안종범의 태도 변화'를 토대로 ▲안종범의 수첩 내용에는 '삼성생명'이 특정되지 않았고 ▲삼성생명은 보험회사라서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은산분리'와 다소 거리가 있으며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관련 청탁을 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하며 '직접적 부정한 청탁'을 부인했다. 

"안종범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서운했다"는 정은보의 증언도 당연히 이를 부합하는 증거 중 일부였다.

재판부는 "박근혜가 이재용으로부터 '금융지주회사 관련 청탁'을 듣고 안종범에게 전달했다면, 정은보로부터 보고를 받아 현안을 알던 안종범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금융위 핵심 구성원들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일관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고 ▲금융위 공무원들은 "윗선·청와대로부터 가이드라인이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한결같이 주장했으며 ▲삼성생명은 결국 2016년 4월 11일 '추진 보류' 의사를 금융위에 전달했다는 것도 '직접적 부정한 청탁'과 거리가 먼 이유로 제시됐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의 구성요소: 이재용 승인·동의 없이 추진 불가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청탁의 구성요소"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추가적 현금 출자 없이, 이건희 등의 객관적 지분율은 약 6.5% 올라간다. 즉,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해진다.

▲ "지분율이 올라가면, 이재용은 이건희 사망 후 자신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를 거쳐 금융부문을 안정적으로 지배한다"는 평가가 있다.

▲ "이건희가 가진 지분을 이용해 상속세를 낼 돈을 마련하는 등 이건희가 가진 지분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생명 ⓒYTN

▲ 삼성 측이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당시에는 "금융보험사는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취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었다.

▲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지속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 또한, "재무제표 상 가액을 보험사의 자산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취지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었다. 이 법안이 가결되면, 처분해야 할 지분의 규모가 더 늘어나고, 금융위가 제안한 지분 처분 기간 '2년'이 그대로 확정될 위험이 있었다.

▲ 현금 3조원 등 총 11조 원의 자산을 지주회사로 이전하는 계획은 "IFRS4 2단계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라는 삼성 측 주장과 반한다.

▲ "지주회사의 자본을 확충한 뒤 사업부문으로 유상증자해서 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은, 최대 20조 원으로 예상되는 자본차입 규모에 비해 현실성이 없다. 아울러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될 경우에는 '건전성 규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 금융위에 제출한 계획안에는, 재판에 이르러 삼성 측이 주장한 내용이 없었다.

▲ 이재용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한 것이고, 금융위에 검토를 요청한 주체는 미래전략실이었다. 아울러 이승재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팀 전무가 금융위에 대한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등, 미래전략실은 조직적으로 이 사안에 개입했다. 

간단히 말해 ▲그룹 자체의 지배구조가 변경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재용의 승인·동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고 ▲이재용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며 ▲미래전략실이 개입한 정황이 '이재용 경영권 승계의 구성 요소'라는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기자는 '삼성생명의 인적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전환' 관련 논쟁에 대해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직접 청탁을 한 증거는 분명히 없어 보이고 ▲특검이 각종 이상행각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특검을 비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계약자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자산을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려는 의도도 명백해 보인다"는 측면, 특히 현금 3조 원을 지주회사로 옮기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삼성 측이 제시하는 명분이 무엇이든 삼성 측을 비난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독자 여러분께 밝히는 바다. 

"IFRS4 2단계에 대비한 자본확충 노력"과 "3조 원의 지주회사 이동"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는 사안인지, 삼성 측도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껏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위원회 ⓒYTN

한편,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정형식)은 12일부터 이재용 등의 뇌물공여 혐의 등 공판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특검과 삼성 측은 다시 치열한 공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와 '로디프'는 특검이든 삼성이든 양쪽 모두에 아무 이해 관계가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특검과 삼성 양측과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치우침 없이 '무차별 비난 모드'로 사안을 분석해 보도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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