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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⑫] 삼성바이오로직스, 특검 '진술서 조작'으로 예견된 무죄재판부 "박근혜, 이재용 만나기 전부터 바이오산업에 관심 多"
박형준 | 승인 2017.10.17 14:20

특검의 '진술서 조작'이 사실 확정됐던 공소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뇌물공여 혐의 중 '제3자 뇌물공여'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의 요소 중 하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10일 코스피에 상장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직후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것은 사실이다. 의혹의 요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가 관련 기준을 변경하면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11월 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매출과 이익' '시가총액과 매출' 등의 경영성과 기준이 일부 완화됐고 ▲'시가총액과 이익' '시가총액과 자본'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상장요건으로 추가했다.

개정의 이유는 ▲시가총액 중심으로 성과요건을 다양화함에 따른 상장 기회의 확대 ▲이익과 매출은 미흡하더라도 미래 기대가치가 큰 우량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익과 매출은 미흡하더라도 미래 기대가치가 큰 우량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평가조건에 따라, "이 때문에 상장 기회를 얻는 데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 대상이 됐던 것이다. '시가총액과 자본'이라는 요건이 직접적인 긍정 요소로 작용했던 측면은 분명히 있었다.

특검이 제시했던 물증은 여지없이 '안종범 수첩'이었다. '안종범 수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6. 2. 15. "바이오 신산업·외투기업 세제혜택·싱가포르·아일랜드·글로벌 제약회사 유치·SS 운영"

2016. 2. 21. "삼성 이재용 싱가포르 글로벌 제약회사 - 세제 혜택·환경규제 多 List 달라·삼성 + LG List 주면 → 환경부에 알려 풀어야"

안종범도 특검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고 한다.

"이재용이 대통령에게 '바이오산업과 관련해서 환경 규제가 완화되어 글로벌 기업에 개방이 되면 대형화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 Bio cluster 센터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그렇게 적었다."

"이재용이 단독면담 때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제약회사를 국내에 유치하려면 세제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박근혜는 '바이오 제약회사를 운영하면서 환경규제가 많아 애로가 있다고 하니 삼성·LG에 규제리스트를 달라는 요청을 해서 리스트를 받으면 환경부에 알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2016년 2월 15일은 이재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날이고 ▲박근혜는 2월 17일 진행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일명 '무투회의')에서 '신약 개발 제약기업 지원 확대 및 관련 규제 조속히 개선 등'을 지시했으며 ▲2016년 3월 3일에는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0억 7,800만 원을 후원한 것도 의아한 정황이었다. '사후 뇌물거래'로 볼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BS

아울러 제기됐던 것은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에 불리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적용 제외를 청탁했다"는 것이었다. 

화평법은,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의약외품 외의 화학물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법률이었다. 하지만 '원료의약품 제조용 원료물질'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영역에 대해서는 "약사법을 적용하느냐, 화평법을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있었다.

화평법을 적용하면, 추가적 안정성 평가 실험을 해야 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는 유리하지 않은 요소로 작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의약품 제조용 원료물질에 대해서는 화평법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후 환경부와의 협의를 거쳐 2015년 12월 17일에 그 입장이 확정됐다. 

그로부터 약 7개월 전인 5월 6일에는, 박근혜가 주재했던 '제3차 규제개혁장관 회의'에서는 '화평법과 화관법 관련 과도한 규제 정비'가 논의돼, 환경부에 결론 취지가 전달됐던 적도 있다.

하지만 특검은 6월 2일 진행된 김 모 환경부 사무관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인신문에서 "검사가 문답을 토대로 작성한 서류를 김 사무관 명의의 진술서로 꾸몄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정돼 망신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5급 사무관에 불과한 김 사무관에게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수석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추론을 요구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일관했던 적도 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공소사실이 부정한 청탁에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리고 제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실제로 특검에 불리한 판결을 했다.

"박근혜, 이재용 만나기 전부터 '바이오산업' 지시 쏟아내"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직접적 부정한 청탁"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짚었던 것은 '화평법 적용 제외' 관련 논란이었다. 재판부의 구체적 판단은 다음과 같다.

▲ 채 모 식약처 서기관은 특검에서 "청와대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민원을 들어주라'는 지시를 받은 적은 없고, 화평법 적용 제외로 이익을 본 업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뿐만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 김 모 환경부 사무관은 "화평법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이름 자체를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 따라서 '화평법 적용 제외' 업무 처리는, 통상적 민원해결 절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재용과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정부나 청와대를 통해 박근혜에게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 박근혜가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화평법과 화관법 관련 과도한 규제 정비'를 지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식약처는 이미 2015년 2월부터 관련 검토를 진행하고 있었다. 

▲ '안종범 수첩'에 따르면, 박근혜는 이미 2014년 7월 17일부터 안종범에게 '바이오 활성화를 위한 종합조정기구 설치' '바이오 기업 해외진출 지원 위한 통합지원체제 구축' '바이오 규제개혁 신문고 사이트 설치'를 지시했다. 이재용과 첫 단독면담을 했던 9월 15일보다도 2개월 전이다.

▲ 안종범도 "박근혜는 원래부터 바이오산업을 성장산업 내지 유망산업으로 봤다"며, "박근혜는 바이오산업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야 하고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 박근혜가 이재용을 만난 직후 안종범에게 '바이오산업 관련 규제개혁'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관심사항에 대해, 이재용이 의견 제시 정도로 말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 박근혜가 2016년 2월 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신약 개발 제약기업 지원 확대 및 관련 규제 조속히 개선 등'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사항에 따른 지시"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그러니까 ▲박근혜는 이재용과 만나기도 전부터 '바이오산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지시를 했고 ▲특검은 "청와대가 어떻게 환경부·식약처에 압력을 행사한 것인지" 전혀 입증을 못했기 때문에 '직접적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되지 못했던 것이다. 

특검이 그저 "'안종범 수첩에 나와 있으니, 무조건 공소사실'이라는 황당한 인식 수준을 가지고 기소를 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

특검이 김 모 사무관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지켜본 사람으로서는, 제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당연한 것"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무관"

한편,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관련해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이재용·미래전략실이 박근혜·청와대·정부에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 상장심사기준 개정은 한국거래소가 2015년 7월부터 자체적으로 검토·추진한 결과로 보인다.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 삼성물산'이 51.2%를 지배하고, 삼성전자가 46.3%를 지배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재용의 '삼성전자' '삼성생명' 지배력 강화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의 경영 리더십 증명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 목적 지배구조 개편'과 차이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KBS

즉,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지분의 97.3%를 '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지배하는 이상,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위적인 지분구조 개편이 아니라, 이재용 스스로의 안목과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명분으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에 따라, 특검은 "사업 영역과 관련해 박근혜에게 청탁을 했다"는 주장도 내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특검은 '진술서 조작' 등이 발각되는 망신만 당했을 뿐, 더 이상의 증명은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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