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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분석 ⑬] 삼성서울병원과 메르스: 책상서랍 속 잡동사니?미래전략실의 대관업무와 '부정한 청탁'의 상관관계: '청와대'가 빠졌다
박형준 | 승인 2017.10.18 15:55

'메르스 사태' 관련 삼성서울병원 행정제재: 한눈에 봐도 아니었던 이유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뇌물공여 혐의 중 '제3자 뇌물공여'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의 요소 중 하나로 "이재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제제 수위를 낮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을 들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특검은 이에 대한 근거로 ▲감사원 출신 박의명 당시 삼성증권 상임고문이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감사원의 감사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 보고를 했고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을 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이재용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 병원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감사원은 2016년 1월 보건복지부에 "삼성서울병원에 행정처분을 하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약 11개월 넘게 시간을 끌다가 2016년 12월이 돼서야 의료법·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을 적용해 "영업정지 15일과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하겠다"는 전제 하에 경찰에 고발 조치를 했다. 영업정지 15일 처분은 이후 과태료 800만 원으로 바뀌어 마무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특검은 이 정황을 토대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안을, 박근혜에게 청탁해서 행정제재로 마무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무리한 공소사실일 수 밖에 없었다. 이재용 → 박근혜 → 청와대 → 감사원·보건복지부여야 할 청탁의 진행 루트가 하나도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검은, 청와대가 박근혜와 이재용의 단독면담 당시 작성했던 '대통령 말씀자료'를 물증으로 제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에 음압격리병상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메르스에 대한 초기대응도 미숙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증표임.

 ▲ 금번 메르스 사태가 삼섬서울병원이 다시 한 번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람. 2015. 6. 23. 대국민 사과 시 국민들께 말씀드린 부분은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자료 속 이 문구는 한 눈에 봐도 "박근혜가 이재용을 질타하는 정황"이지, "청탁에 대한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질타 후 청탁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특검은 그 이상은 입증하지 못했다. 

즉, "청와대가 이재용의 청탁을 받고 감사원·보건복지부에 압력을 넣었다"고 볼 정황은 전혀 입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느냐"면, 그 역시 한눈에 봐도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재판부는 당연히 "박근혜에게 직접적으로 요구했던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매우 간단했다.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말씀자료'에 대해 "대통령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참고하는 자료일 뿐이라서, 박근혜가 꼭 말씀자료의 취지대로 말씀을 하실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증언했다.

▲ 말씀자료의 내용은 청와대 행정관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으로 긁어모은 자료로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

▲ 아울러, 그 내용도 "후속 조치에 대한 진행상황 점검에 관한 것일 뿐"이라서, 이재용이 청탁을 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멀다.

미래전략실의 대관업무와 '부정한 청탁'의 상관관계

물론, 삼성그룹이 마냥 깔끔했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미래전략실과 전직 공무원 출신 고문들을 앞세워 공공기관의 정보를 탐색하고 대응에 나서는 등 전형적인 대관업무를 조직적으로 한 사실은 나름대로 치밀하게 확인됐다. 그 정황은 다음과 같다.

▲ 감사원 출신인 박의명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장충기에게 감사원 감사위원회의 결정 내용에 관한 각종 문자 메시지 보고를 했다.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당초 처분요구서에는 '감염병관리법 위반으로 고발 등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돼 있었지만, 제 입장을 고려해서 '의료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내용을 수정하였다고 합니다."

▲ 이수형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은 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고, 박의명은 이수형에게도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문제는 '그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도 ▲보건복지부는 선례가 없어서 고문변호사 자문 등 신중한 법리를 거치느라 11개월이 소요됐고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자 3명은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 방해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고 판단했다. 

물론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특검의 수사 개시 후 의료법 위반 고발·과징금 부과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의료원

하지만 재판부는 ▲감사원의 제제조치 권고가 보건복지부에서 지연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영업정지 15일이 과징금으로 바뀐 것은 의료법 및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이재용·미래전략실이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자는 '삼성서울병원' 관련 특검의 주장을 들으면서, "여론의 지지만 누리고 수사는 하기 귀찮아서, 책상서랍 속에 물건을 쓸어넣듯이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공소장에 쑤셔넣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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